어릴 때도 난 일기를 자주 썼다.
중학교 때 같은 학원 다니는 남자애를 짝사랑해서 그 심경을 구구절절 일기장에 적어 놓았다.
문제는 엄마와 언니가 내 일기장을 몰래 훔쳐본다는 점이었다.
내가 누굴 짝사랑하는지 식구들이 다 있는대서 말했고 나는 완전 열이 받았다.
그때만큼 독립하고 싶었던 적은 없었던 것 같다.
내가 고안해 낸 방법은 암호를 만드는 것이다.
한창 셜록 홈스나 애거사 크리스티의 추리소설에 빠져서 크면 탐정이 되겠다던 시절이었다.
암호를 만들고 그 암호로 일기를 썼다.
가령 사탕을 먹었다는 그 아이를 바라봤다 뭐 이런 식이였다.
가끔 그때 쓴 일기를 읽는데 암호해독지를 잃어버려서 무슨 말인지 잘 모르겠다.
이게 암호로 쓴 일기인지는 알겠는데 말이다.
그렇게라도 일기를 쓰겠다던 내가 너무 귀엽다.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교 시절 쓴 일기장과 스케줄 캘린더 다 있다.
내 보물 1호다.
가끔 읽는데 그 어떤 소설보다 흥미진진하다.
그때도 식구들이 볼까 이름 말고 그 아이 그 애 등으로 사람을 특정 짓지 않고 감정이나 심정을 적었는데 누군지 모르겠다.
지금 내 일기도 나중에 보면 어떤 기분일까?
미래의 내가 궁금해진다.
진짜 아무도 모르는 일기는 나만 보는 곳에 적는다.
지금도 진행 중이 어떤 남자에 대한 내 심경 같은 것 말이다.
가끔 내가 쓰는 소설 속에 내가 사는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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