뭘 잘 버리지 못하는 나는 디지털 세상에서도 마찬가지이다.
메일 계정도 오래되었고 메일함도 모두 보관하고 있다.
옛날 메일함 뒤지다가 대학 때 리포트와 입사지원서 관련 자료도 발견했다.
그때도 성에 관련 수업을 들은 모양이었다.
사람들하고 주고받은 메일을 읽는데 신기하기도 하고 과거의 나와 조우하는 기분이었다.
난 과거하고 비슷한 것 같기도 하고 달라진 것 같기도 하다.
기본적으로 변한 것은 없지만 제일 많이 변한 것은
처음 보는 사람(남, 여 모두)과 단둘이 식사를 할 수 있다는 점이다.
과거의 난 모르는 사람과 단둘이 절대 식사를 할 수 없었다.
처음 보는 사람이 주는 긴장감에 뭘 먹으면서 이야기를 나눈다는 것은 너무 힘든 일이었다.
그런 자리를 피했지만 어쩔 수 없으면 나에게 지옥과도 같았다.
거의 먹는 것을 포기해야 했다.
멀티가 안되는 나는 먹는 것과 낯선 이와 대화를 같이 병행할 수 없었다.
지금은 아무렇지 않게 대화도 잘 리드하고 밥도 잘 먹는다.
과거 남자들과 주고받은 메일들을 읽으니 파노라마처럼
나의 수치스럽고 쪽팔려 마지않는 과거 연애사도 고스란히 기억이 났다.
하지만 난 이 모든 나의 과거를 사랑한다.
현재를 기록하는 것도 난 아마 미래의 나에게 지금을 알려 주고 싶어서 일지도 모른다.
미래의 나에게 나 지금 이렇게 열심히 삽질(?) 하면서 살고 있어! 너도 잘 살고 있지? 이러면서 말이다.
과거의 나도 애잔하고 미래의 나도 궁금하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현재의 나이다.
매 순간순간 최선을 다하다 보면 좋은 일도 안 좋은 일도 생기겠지만 난 열심히 사는 삶을 선택했다.
거기에 어떤 후회도 원망도 하지 않겠다.
내가 선택한 길이므로 나는 늘 나를 지지하고 응원한다.
타인의 기대보다 내가 원하는 삶을 오늘도 살겠다.
나의 육신아…
미안하지만 오늘도 고생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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