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운 감독의 ‘거미집’ 봤다.
난 대게 좋게 봤는데 흥행은 하지 못했다.
‘장화, 홍련’이나 ‘밀정’은 좋았는데…
‘나는 악마를 보았다’는 별로였다.
영화감독이 영화 찍으면서 벌어지는 내용인데 인물들도 재미있고 갈등도 재미있었다.
극 중에서 거미 무서워하는 배우에게 진짜 거미를 준다.
그 이유를 묻자 가짜 연기 말고 진짜를 보여주고 싶었다는 대사가 있다.
전에 영화 ‘크레이머 대 크레이머’에서 여배우에게 말 안 하고
남배우가 와인병 던지는 장면이 있는데 진짜 여배우가 놀란 것이라고 한다.
난 내가 사진 찍은 지 모르고 찍힌 날 것의 나를 보는 것이 재미있다.
사진 찍는 것을 인식하고 찍는 것과 그냥 멍 때리면서 무방비 상태로 찍히는 것은 완전히 다르다.
우리도 일상에서 연기를 한다.
난 표정을 못 숨기는 편이라 어떤 사람이 마음에 안 들었는지 표정이 가소롭다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내가 그 모습을 보고 너무 웃겨서 한참을 쳐다봤다.
그게 바로 다른 사람들이 보는 나일 것이다.
나는 내가 어떤지 잘 모른다.
말할 때 내 이야기에 빠져서 내가 어떤 표정인지 알 수가 없다.
그런 진짜의 나를 만나면 신기하고 재미있다.
나는 나한테 잘 보이고 싶다.
내가 봐도 내가 괜찮고 싶다.
내가 있는 그대로의 나를 받아들이고 그 모습을 사랑하고 싶다.
그리하여 오롯이 내 혼자의 힘으로 행복하고 싶다.
내가 예뻐서가 아니라 능력 있어서가 아니라 모자란 면마저도 나를 애틋해 하며 나를 보듬고 싶다.
행복은 나에게서만 나오게 하고 싶다.
그렇다면 나는 누구보다 강한 존재가 될 것이다.
타인의 인정과 사랑을 갈구하지 않고 나의 눈치만 보면 되기 때문이다.
나만 나를 사랑하면 된다.
그럼 그것으로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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