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뚝박기

by 윤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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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교 때 아이들이랑 말뚝박기 놀이를 할 때였다.

편을 나누고 하고 있었는데 참고로 나는 그때도 우리 반에서 제일 작았다.

반대편에 우리 반에서 제일 덩치가 좋은 여자아이가 있었는데 내 등위에 올라탔다.

일명 제일 약한 나를 짜부시켜서 우리 편을 지게 만들 생각이었던 것이다.

덩치가 제일 작은 나에게 제일 덩치 큰 아이를 태우는 것은

누가 봐도 치사한 방법을 쓰는 것이지만 어쩔 수가 없었다.

난 그 아이가 내 등에 탈 때 그 묵중함에 놀라기도 했지만 나는 알고 있었다.

내가 여기서 짜부가 된다면 두 번 다시 말뚝박기 놀이에 내가 합류할 수 없다는 사실을 말이다.

내가 계속해서 아이들과 말뚝박기 놀이를 하려면 난 여기서 절대 짜부가 되어서는 안 되었다.

난 정말 죽을힘을 다해 버텼다.

내 등에 탄 아이는 내가 버티자 힘을 주고 내리꽂기까지 했다.

그래도 난 버텼다.

내가 온몸을 부들부들 떨면서도 버티자 애들이 그만하라고 만류하기 시작했다.

덩치 큰 아이는 그제야 내 등에서 내려왔고 우리 편은 이겼다.

아이들이 나에게 다가와서 괜찮냐고 물었고 나는 쿨한 척 괜찮다고 했다.

사실 하나도 괜찮지가 않았다.

진짜 죽는 줄 알았다.

하지만 난 그것보다 다음번 말뚝박기 게임에서 내가 같이 놀게 되지 못하는 것이 더 두려웠다.

그 시절은 친구가 세상에서 전부였던 시절이라 그랬던 것 같다.

그때 놀던 아이들과 연락하는 친구는 아무도 없다.

사실 과외하는 아이한테도 지금 네가 친한 친구들 영원하지 않다고 말하지만 아이 귀에는 안 들리겠지?

나도 그랬으니까 말이다.

우린 모두 그런 시절을 거쳐 어른이 되고 성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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