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일명 불륜 감별사이다.
어느 장소를 가면 사람들을 빛의 속도로 좌악 스캔해서 불륜인지 아닌지 감별해 낸다.
난 나름 과학적(?) 분석을 통해 추정한다.
첫째, 오래된 부부는 실제 닮지는 않아도 같이 살면 묘하게 분위기가 닮기 마련이다.
따라서 둘이 약간 묘한 이질감이 느껴진다면 일단 의심을 한다.
둘째, 남녀 모두 과도하게 치장했다면 빼도 박도 못한다.
아쉽게도 부부는 서로에게 잘 보이기 위해 치장하지 않는다.
여기서 원래 꾸미기 좋아하는 사람은 논외로 한다.
전에 분위기 좋은 레스토랑에 지인들과 갔는데 내가 바로 옆 테이블 중년 남녀를 불륜으로 추정했다.
지인들은 내 말에 수긍하지 않았다.
하지만 곧 지인들은 내 말이 맞는다고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남자가 여자에게 선물을 건넸고 여자는 받지 않겠다고 했기 때문이다.
남편의 선물을 거절하는 아내는 있을 수 없다.
어떤 아내가 남편이 주는 선물을 거절한다는 말인가?
한번은 제주도에 봄에 놀러 갔는데 한 중년여성이 꽃밭에 누워있고 중년남성이
그 여성을 DSLR로 열심히 찍고 있었다.
친구랑 나는 불륜이라고 결론지었다.
하지만 이내 아님이 입증되었다.
그 여성 스스로 혼자 힘으로 누워있다가 일어났기 때문이다.
불륜이라면 그 남성이 일으켜 세워줬을 것이다.
그냥 사진 찍는 거 좋아하는 부부로 친구랑 나는 결론 지었다.
한번은 사람들과 봉사활동 갔다가 목이 말라서 단체로 맥도날드에 들어갔다.
우리 일행 바로 옆에 흥미로운 대화가 들렸다.
예비부부로 추정되는 남녀와 남자의 부모인 듯한 노부부가 같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곧 결혼인데 상주 자리에 앉아 줄 것을 엄마에게 아들이 부탁하고 있었다.
엄마가 아빠가 바람을 피웠고 같이 앉을 수 없다고 하고 있었다.
아빠는 판사도 불륜 아니라고 했다며 억울하다는 입장이었다.
아마 엄마가 이혼하려고 재판까지 갔고 판사는 불륜이 아니라고 결정 내린 모양이었다.
하지만 판사는 그랬지만 나는 불륜이라고 생각한다며 엄마는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었다.
우리 일행은 막장 드라마 같은 한 장면을 직관하면서 안 듣는 척 흥미롭게 대화에 집중하고 있었다.
사실 그 안에 모든 사람은 그 대화를 듣고 있었다.
각자 딴짓 하는 척 무진장 애를 쓰고 있었지만 말이다.
우리 일행은 다음 일정 때문에 나와야 했지만,
우리 모두 다음 스토리가 궁금한 것은 어쩔 수가 없었다.
#불륜#감별#분위기#추정#판사#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