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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소영 Oct 11. 2021

상우 이야기(2)

상우 엄마가 되었다.

나는 엄마다.

상윤이 엄마, 상우 엄마.


상우와 함께 조리원에 2주 지내는 동안, 

모두들 걱정했다.

상윤이를.

엄마와 처음 떨어져 지내고 있는 상윤이가 힘들어하진 않을까, 마음을 다치진 않을까 걱정했다.


나도 걱정했다.

상윤이를.

엄마, 아빠 옹알이도 못하는 18개월 상윤이가 내 자장가 노랫소리에 반응하도록 하는데,

엄마의 말에 가녀린 목소리로 "응응" 대답하게 하는데 많은 노력이 필요했다.

2주 동안 그 모든 걸 잊어버리면 어쩌지...

엄마에게 겨우 열게 된 마음을 다시 닫으면 어쩌나, 배신감을 느끼면 어쩌나, 우리 상윤이 불쌍해서 어쩌나 걱정이 되었다.


절반은 울며 지냈다.

상윤이가 너무 보고 싶어서.

상윤이가 미열이 난다는 전화를 받았던 어떤 날엔, 잠깐 큰 아기 좀 보고 오면 안 되겠냐고 조리원 선생님들께 울면서 사정사정했지만 -신생아들의 안전을 위해 - 거절당하고 방에서 혼자 서럽게 울었다. 


"그렇게 울 거면 왜 조리원에 있니, 집에서 산후조리 하지. 산후조리 하나도 안 되겠구먼."

주변 사람들이 말했다. 나도 이랬다가 저랬다가 했다. 그러나 상윤이 때 씻을 시간도, 차려 먹을 시간도 없이 한 솥 끓여 둔 미역국을 하루 한 끼 먹는 것조차 힘들었던 걸 생각하면, '지금의 힘듦은 앞으로 당분간 내게 있을 시간들 중 가장 덜 힘든 날일 수도 있다.'라고 생각하며 포기했다. 사실, 가장 무서웠던 건 나 혼자 집에서 아기 둘을 돌보며 오롯이 버텨내야 하는 시간들이었다. 


그렇게 나는 눈앞에 나를 보러 나온 아기가, 신생아가 할 수 있는 최대치의 효도 - 짧게 배불리 먹기, 길게 오래 자기, 모자동 시간 내내 자기 - 를 하고 있음에도 떨어져 있는 큰 아이 생각에 눈물만 질질 흘리고 있었다. 


상우는 목청이 우렁찼다.

나도 좀 봐달라고 그렇게 우렁차게 우는 거 같았다.

그 소리는 귀엽다기보다는,

뇌 어느 곳에 위치한 신경을 벅벅 긁어 대며 듣는 사람을 기분 나쁘게 했다.

나를 봐달라고 우는 소리가 오히려 상우를 피하게 하여 더욱 외롭게 만들었다.


조리원에서는 신생아들의 위치가 조리원  짬순으로 지정되었다.  조리원에서 2주를 채운 아기가 퇴소하여 빈 침대가 생기게 되면 남아있는 아기들이 한 칸씩 옆으로 이동해 나간다. 옆으로 옆으로 옮겨가다가 입구 쪽 제일 끝 침대에 자리 잡게 되면 조리원을 졸업할 준비를 하게 되는 시스템이었다.

그렇지만 상우는 - 평소에는 조용히 순하게 잘 자지만한번 짧게 울 때면 주변 친구들을 모두 깨운다는 이유로 가장 외지고 구석진 곳에서 조리원 퇴소 시까지 머물러야 했다.


나는 일주일을 울고 나서야 - 조리원 생활이 일주일밖에 남지 않았다고 생각되니 아까워서인지 - 조리원 생활에 충실해 지기로 했다. 일주일 후 닥칠 전쟁에 대비해서 몸을 최대한 회복해야 했다. 잘 자고, 잘 먹고, 잘 쉬고, 보고 싶었던 드라마를 몰아보고, 조리원 동기 엄마들과 수다도 떨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기로 했다. 그리고 그제야 보였다. 나를 만나러 이 세상에 힘겹게 나왔지만 구석진 자리에 놓여 관심받지 못하고 있는 작고 깡마른 아기가.


나는 이 뼈가 앙상한 가엾은 아이의 편이 되어줘야겠다고 생각했다. 나는 너를 이 시간 온전히 사랑해 주기로 했다.  나만이 할 수 있는 일. 엄마만이 할 수 있는 일. 나는 그렇게 상우 엄마가 되었다.





당시 그렇게 힘들었던 조리원 생활은,

역시 돌아보니 천국이었어요.ㅎㅎㅎ

조리원 생활을 생각할 때마다 '그 때 정말 좋았어. 또 가고 싶다.'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워요.


힘든 일도 지나오면 이렇듯 추억이 됩니다.

오늘 하루 어떤 힘든 일이 있으셨을까요? 근래 마음이 많이 무거우신가요?

토닥토닥

당신이 힘듦이 지나가고 

깃털처럼 가볍게 이야기할 수 있는 즐거운 추억거리가 되기를.

더 단단한 당신이 되어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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