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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소영 Oct 04. 2021

상우 이야기(1)

상우가 되었다.

나에게는 두 아들이 있다.

상윤이와 상우.


상우가 태어난 순간.

벌거숭이 상우는 하얀 속싸개에 쌓여 내 가슴 위에 올려졌고,

"아아아앙" 하고 귀가 찢어질 듯 우렁찬 데시벨로 마치

"내가 태어났으니 누구든 나를 달래라!"라고 세상에 외치는 듯했다.


의사 선생님이셨는지, 간호사 선생님이셨는지 기억은 안 나지만,

누군가 "어머님, 아기 태명 불러주세요."라고 하셨는데,

나는 잠시 고민을 하다가 이내 아주 작은 목소리로

"순봉아!" 불러 보았다.


첫째들과 다르게 으레 둘째들은 서럽게도 뱃속에 있을 때 태명을 잘 불러주지 못한다.

특히, 첫째와 별로 텀이 나지 않을 경우는 더욱 그렇다.


상윤이와 상우는 18개월 차이.

하루 종일 눈을 뗄 수 없는 감각 운동기(피아제)의 상윤이를 보느라,

또 그 시기는 하필 - 눈 맞춤이 안되고, 옹알이가 사라지고, 호명이 안 되는 등 - 상윤이의 자폐성 증상이 시작되던 시기였기에,

유독 상윤이 이름만 많이 불러댔지 상우의 태명은 많이 불러주지 못했다.


그래서였다.

"어머님, 아기 태명 불러주세요."라는 말에

'순봉이라고 부르면 아기가 알려나? 상윤이라고 불러볼까?' 엄마로서 민망한 고민을 했더랬다.


"순봉아!"

너는 엄마를 만나러 나오는 길이 힘들어 눈의 실핏줄이 다 터지고 온몸이 시퍼렇게 멍들었는데,

정작 너의 탄생에 대한 기쁨보다도 미안함이 더 컸던 어미는

병실에 올라가자마자 제일 먼저 남편에게 순봉이 이름을 받아오라고 했다.

남들보다 태명이 많이 못 불린 만큼, 남들 보다 한 번이라도 이름이 더 많이 불리길 바라며...

그렇게 우리 순봉이는 '상우'가 되었다.





순봉아! 엄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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