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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소영 Sep 18. 2021

너라는 과제

상윤이의 생일

갓 태어난 아기가 봐도 봐도 너무 예뻐서 신생아실 방문할 때마다 엄마의 어깨에 힘 좀 들어갔다.

용기 있게 모자동 한 번 해보겠다고 기쁜 마음에 데리고 왔는데 아이가 부서질까 혹시 떨어뜨릴까 고이 침대 위에 모셔놓고 안아보지도 못한 채 초보 엄마 아빠는 멀찍이 바라만 보았다.


너의 귀엽고 사랑스러운 모습을 오래오래 보고 싶은 마음에 

"좀 천천히 자라줬으면 좋겠다."는 말을 신이 오해하는 바람에,

어느새 너의 몸은 많이 컸는데,

여전히 행동은 아기 같고...


감히 손도 못 대던 소중한 너에게 엉덩이 때찌로 널 놀라게 할 때도, 큰소리를 낼 때도 있다.


엄마도 지금껏 학교 과제 점수는 늘 잘 받아왔는데,

너라는 인생 최대의 과제가 쉽게 풀리지 않아 심란한 날이 때때로 있다.


네가 세상에 태어나고,

사랑한다는 말 한마디 내뱉을 때마다 가슴이 벅차서, 

자꾸자꾸 흐르는 눈물에 아껴가며 했던 그 말도,

지금은 "안녕?" 인사하듯 쉽게 내뱉어지고...


"상윤아~" 다정하게 부르기보다

"김상윤!!" 큰소리를 내는 일이 더 많아지면서


그렇다...

너의 생일엔 마냥 예뻐만 해줄 수 있었던 너와의 첫 만남을 떠올리며 행복하다가도,

켜켜이 쌓이고 있는,

너에게 잘하지 못한 순간들에 대해 미안한 마음에 속이 상하기도 하고...


어쩌다 너무너무 힘이 드는 날엔,

'그때로 되돌아간다면...'을 몇 번이나 생각해본 적도 있는데,

그때마다 엄마는 늘 똑같다.

또 너를 만나고 다시 품에 안을 거라고.


사랑하는 엄마의 아가야, 

엄마에게 와줘서 고마워.

다음에도 꼭 엄마의 아기로 다시 태어나 만나.

더 잘해줄게. 꼭 그럴게.

생일을 많이 많이 축하해. 

내 사랑하는, 세상 가장 소중한 아들아.






넌 모르겠지만, 엄마는 못하는 게 없어. 다 잘해. 과제도 잘하지.

너랑 행복하게 잘 지낼 수 있어. 앞으로도...

엄말 믿어봐.

자신 있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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