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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소영 Sep 17. 2021

형아는 외계인

장애별에서 지구로 떨어진 장애인

상우 네 살 여름,

물었다.

진지하게.


"엄마, 나 형아가 말 못 하는 거 알아요. 왜 형아는 말을 못 하는 거예요?"


찰나에 생각해내야 했다.

아무렇지 않은 척.

담담하게.


"상우야, 형아는 말을 못 하는 게 아니야. 우리말을 못 하는 거야. 형아는 외계에서 왔거든. 뽀로로에 나오는 삐삐뽀뽀처럼, 신비 아파트에 나오는 하늘 도깨비처럼."


4살 아이의 초롱초롱한 눈망울과 제법 진지한 표정을 보며

찰나에 생각해 낸 것 치고는 꽤 괜찮은 아이디어라고 생각했다. 


"형아도 형아 별 말은 잘해. 우리 지구 말을 못 하는 거야. 상우는 형아 별 말을 할 수 있어? 상우가 형아 별에 갔는데 상우가 말을 못 한다고 하면 속상하겠지?"


네 살 꼬맹이는 고개를 끄덕끄덕하며 물었다.


"그럼 형아가 다시 살던 별로 돌아가려면 어떻게 해야 해요?"

"우주선을 찾아야겠지. 그런데 우주선이 어딨는지 찾으려면 형아가 우리말을 할 줄 알아야 해. 형아가 우리말을 할 수 있도록 우리가 같이 형아를 도와주자."

그렇게 상윤이 외계인 된 지 1일 차.


그리고 상우 여섯 살 가을,

얼마 전 상우 친구 엄마에게 들었다.


"상우는 형아 장애에 대해서 잘 알고 있는 것 같아요."

"그럴 리가요."

"형이 외계에서 와서 우리말을 못 한다고 하던데요."

"하... 하하..."


아직까지도 외계인으로 살고 있는 중.





장애별에서 지구로 떨어진 상윤이는 장애인

장애별에 가보지 못한 우리는 비장애인


장애별 사람들은 우릴 뭐라고 부를까?

우릴 어떻게 보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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