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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소영 Feb 20. 2022

뽑기운

내가 뽑은 줄 알았는데 네가 날 뽑은 거였어

뽑는 것마다 꽝이었다.

사다리 타기가 너무 싫었다.

간절히 원하는 것은 나를 비켜갔고,

'제발 걸리지 마라.'는 것은 기가 막히게 나에게 착 붙었다.


몰랐다.

정상적인 아이를 낳는 것도 뽑기운이 있어야 한다는 걸.

누구나 다 주어지는 것이라 여겼다.


나는 만 29세, 노산도 아니었고,

3시간 50분 진통 후 자연분만했다.

어째서 이토록 사랑스러운 내 아이가 [자폐성 장애]를 가지고 태어나게 된 걸까.


내 주변 사람 모두들 다 피해 가는데,

설마 설마 내가

제발 걸리지 않길 바랬던

'아이의 장애'를 진짜 뽑게 될 줄이야.

'나는 진짜 운이 없는 사람인가.'


그러다가

생각을 살짝 바꿔보기로 했다.


부모가 아이를 선택하는 게 아니라,

아이가 부모를 선택하여 태어나는 것은 아닐까?

나는 여태껏 내가 상윤이를 뽑았다고 생각하며 살았는데,

실상은 상윤이가 나를 뽑은 거라면?


우리 상윤이는 뽑는 것마다 복(福)이다.

특히, 우리 상윤이는 타고난 인복이 있다.

진짜 운이 좋은 아이인 것이다.


그렇다면 타고난 인복이 있는 상윤이가 뽑은 나는 '당첨'이다.


이렇게 생각해 보면,

'나는 좀 괜찮은 사람인가 보다.'라고 스스로가 잘나 보이게 되고,

그동안 엄마로서 부족해 보였던 내가

굉장한 사람이 된 것 같은 힘이 생긴다.

진짜 당첨이 되어야겠다는 생각에 조금 더 노력하게 된다.


상윤이는 타고난 인복에서 특히 부모복을 타고났다.

상윤이는 진짜 운이 좋은 아이고,

내가 바로 내 아이의 복(福)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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