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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소영 Sep 11. 2022

간 밤에 꿈속에서

너의 소중함

간밤에 꿈속에서,


인적 하나 없는 적막한 포구.

바닷물을 만지려고 손을 뻗던 상윤이가

찰나에 손쓸 새도 없이 바다에 빠졌다.


마치 영화나 드라마에서 흔히 나오는 장면처럼

천천히 물속으로 가라앉는 동안

끝까지 나를 응시하던 상윤이의 눈이 말하고 있었다.

엄마 나 좀 도와달라고...


수영을 못하는 나는


어쩔 줄 모르고 발을 동동 거리다가 한 번,

일단 뛰어들었지만 함께 가라앉아버려 한 번,


밧줄을 몸에 묶고 뛰어들어보려 했지만 밧줄 묶는다고 허둥거리다가 한 번,

밧줄을 재빠르게 묶었지만 밧줄이 풀려 한 번,

상윤이가 뻗은 손까지 닿지 못하고 한 번,


그렇게 상윤이가 물에 빠지던 순간으로 계속 시간을 되돌려

상윤이를 구해보려 했지만


상윤이가 나에게 보내는 그 애처롭고 슬픈 눈빛만 몇 번이나 마주하며

결국 구해내지 못한 채

꿈속에서 자식을 몇 번이나 잃은 에미는

엉엉 울며 잠을 깼다.


엄마가 눈을 뜨자

마냥 기분이 좋아 환하게 미소 짓는

뽀얀 상윤이의 모습에


아직 꿈속의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한 나는

영문모를 아들을 꼬옥 품에 안고


다행이라고

사랑한다고

오래오래 엄마랑 함께 하자고

조그맣게 읊조렸다.







네가 없는 세상은 어떤 세상일까...


네가 심한 말썽을 부려 힘에 부친 날이거나

혹은 네가 눈부시게 아름다운 날이면

습관처럼 떠올려보곤 해.


되돌아가고 되돌아가도

그 생각의 끝에는 언제나 네가 있어.


너는 어쩌다 실수로 내게 떨어진 아이가 아니라

내가 강렬히 원해서 선택한 나의 아이란다.


이렇게 또 너의 소중함을

가슴에 아로새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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