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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athos Dec 28. 2022

마침내 처음으로 코로나-19 바이러스에 감염됐다

걸리고 보니 여러 생각이 든다

살짝 몸살 기운이 있어 동네 병원에 갔다.

독감과 코로나 검사를 동시에 하자는 말에,

"집에서 자가진단 키트를 했는데 음성이 나왔어요. 가벼운 감기 증상만 있어서 안 해도 될 것..."

말이 다 끝나기가 무섭게 길쭉한 면봉(?)이 왼쪽과 오른쪽 코를 찔렀다.



사실 코로나가 절대 아니라고 확신한 이유가 있었다.

얼마 전 정말 이건 딱 코로나 증상이라고 여기고, 자가진단 키드 3번, 병원 신속항원검사 1번, 이것도 안심하지 못해 의사소견서를 들고 동네 보건서에서 PCR 검사 1번을 했다. 모두 '음성'이었다.

오죽하면 딸이 "아빠, 그렇게도 코로나에 걸리고 싶어?"라고 말할 정도였다.

내가 이렇게 코로나 검사에 집착한 이유는 학교에 근무하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행여나 수업하는 선생님과 학생들에게 감염될까봐...



이랬던 내가 마침내(?) 코로나에 감염됐단다.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빨리 학교에 연락하고, 약속했던 연말연초 모임에 나갈 수 없게 됐다는 카톡을 남기니 한결같이 하는 말이 '푹 쉬세요' 였다.

참 웃픈 상황이다.

코로나 시국 초기에는 그렇게도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죽을 수도 있으니 조심하라고 하더니 3년 째인 지금은 '덕분에 푹 쉬란다'




코로나에 직접 걸려보니,

'일은 걱정마시고 몸 조리 잘 하세요'라는 말이 가장 위로가 된다.

특히 '걱정말라'는 네 글자가 주는 뉘앙스가 이리도 좋은 줄 미쳐 몰랐다.


사실 올 3월부터 선생님들이 코로나에 많이 걸려 학교는 그야말로 비상상황이었다.

교감으로서 수업을 해야 하는 선생님이 코로나에 확진되면 해결 방법이 별로 없다. 누군가 그 수업을 대신해야 하는데 당장 해당 과목을 가르칠 교사가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일까? 코로나에 걸린 선생님은 (본인 잘못이 아님에도) 확진 사실을 알려주면서 말 끝에 '죄송합니다'라는 말을 한다.

이런 말을 들을 때마다 선생님에게 이렇게 말했다.

"선생님 죄송하긴요. 학교는 걱정마세요. (농담으로) 선생님 없어도 학교는 잘 돌아갑니다."

"넘어진 김에 쉬어 간다고 몸 조리 잘 하시고 건강하게 학교에 다시 나오세요"라고.

내가 코로나에 걸려보니 이 말이 얼마나 고마웠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장기간의 코로나 시국은 우리들의 삶을 좋지 않은 쪽으로 많이 변화시켰다.  

특히, 우리 아이들은 학교에서 친구들과의 만남을 통한 사회성 교육이 거의 되지 않는 지경에 이르렀고,

심지어는 중학교 1학년부터 우울증을 호소하는 학생들이 코로나 이전에 비해 아주 많이 증가했다.

(코로나 블루 호소하는 아동청〮소년 상황 여전히 '심각', http://www.bokuennews.com/news/article.html?no=223933)

심지어는 마스크 벗은 모습을 보여주지 않으려고 점심까지 굶는 아이들도 생겨났다.

(마스크 벗기 싫어 점심을 굶는 아이, https://brunch.co.kr/@yoonteacher/59)




정말이지,

2023년에는 2020년 이전처럼 우리 아이들이 마스크를 벗고 정상적인 학교생활을 하길 간절히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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