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인아!
너를 처음 본지 벌써 9년이 지났구나
너는 잘 모르겠지만
나는 너를
2014년 4월 16일 광주역 대합실 TV 화면에서
처음 만났단다
그땐 따뜻한 봄날이 되면
우연히라도 다시 만날 줄 알았단다
그런데
1년에 한 번 이날에만
아이들 추모 속에서 너를 만나는구나
너를 잊었다고 슬퍼하지 않았으면 한다
2014년이면 아직 초등학교도 입학하지 않았을
중학교 동생들이
이렇게 진심을 담아 노란 리본에 '잊지 않겠습니다',
'그곳에서 행복하세요'라는
추모글을 쓰는 모습을 보니,
마음 어느 한 구석에
그날의 너를 담아두고 있었더구나
단지 그 마음 한 구석에 네가 있다는 것을
의식하지 못할 뿐이란다
지금 아이들은 해인이가 그토록 가고 싶어 했던
제주도 수학여행을 다시 가고 싶어 한단다
혹시나 걱정하지 않았으면 한다
네 희생이 헛되지 않게
우리 어른들이 안전하게 다녀올 테니까
혹시 해인아!
너의 장래희망이 약사였니?
아니면 회사원?
또 아니면 건축가?
그럼 세무사였니?
어쩌면 컴퓨터프로그래머였을까?
네가 꾸었던 그 꿈을
지금 아이들이 대신 실현하도록
우리가 아이들 곁에서 잘 돌볼게
그러니 이젠 그만 슬퍼말고
그곳에서 반 친구들과 담임 선생님과 함께
웃으면서 행복하게 지냈으면 좋겠어
미안해...
또 편지 쓸게
2학년 1반 1번 고해인에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