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pathos Nov 19. 2022

공부의 이유

애달픈 두 분을 위해

새벽 바다 작은 배 위에서

내 혀에 닿는 짠내 나는 액체가

뱃머리에서 튀어 오르는 바닷물인지

아니면 하염없이 흐르는 눈물인지 알 수 없었다.

고향 앞 바다


아버지

동뜨기 전 바닷가

빛이라곤 희미한 달빛과

주름진 이마에 달린 낡은 전등뿐

거센 바람과 파도가 익숙한 듯

보이지 않는 바닷길을 한 치 흐트러짐 없이

반 평생을 함께한 김 양식장으로 찾아간다


어머니

반 평생을 남편과 함께 바다에 다녔어도

여전히 배 멀미약 '멕소롱'을 마시며

처음 따라간 아들이 행여 다칠까 봐

애절한 눈빛으로 쳐다본다


힘들게 그물질하며

악착같이 바다와 함께 살았어도

단 한 번도  '힘들다', '힘들었다'라고

내색 한 번 하지 않은 두 분

김 양식장

내가 공부한 이유는

그날 이후

배의 방향키를 잡은 아버지의 거친 손과

배의 난간을 붙잡은 어머니의 두꺼운 손을

눈물 렌즈 사이로 굴절되어 보이는

당신들의 커다란 손을 본 이후부터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TO : 해인에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