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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athos Nov 24. 2023

관상

읽기만 해도 행운이 옵니다?

초임 시절에 있었던 일이다.


"김 선생님, 관상이 너무 좋은데요. 어디 손 한 번만 보여주세요."

새로 부임한 교감선생님이 나를 보자마자 한 말이다. 내 얼굴을 찬찬히 살펴보더니 복(福)을 불러오는 기운을 풍긴다고 하면서 흐뭇해하셨다. 손금도 봐준다고 하면서 내 손을 잡아당겼다.  


"음~ 관상과 마찬가지로 손금도 아주 좋은데..."

교감 선생님은 내 손을 한참 보더니 감탄사를 연발했다.


"아~ 그럼 교감 선생님 제 관상이 어떻습니까?"

내 얼굴을 빤히 쳐다보고 다짜고짜  손을 잡아당기는 것이 매우 못 마땅했는데, 관상과 손금이 좋다는 말에 방금 전까지 기분 나빴던 감정은 봄바람에 눈 녹듯 사라졌다.




"내가 말이야, 아주 오랫동안 주역과 관상, 풍수지리 등을 공부한 사람이야. 이 분야로 박사학위도 받았다고. 김 선생님의 관상을 보니, 선생님 주변 사람들에게  좋은 기운 즉 복을 주는 상이야. 아마 자네와 함께 있는 사람들은 크고 작은 복을 받아서 좋은 일이 생길 거야."

관상과 손금이 좋다고 해서 내가 부자가 되거나 명예를 얻거나 아니면 아이가 커서 훌륭한 사람이 될 상이라는 말을 기대했는데, 내가 아닌 다른 사람에게 복을 줄 관상이라고 하니 허탈했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다. 이미 교직원들 사이에서는 관상과 손금을 잘 보기로 유명한 분이었다. 그래서 일부러 교감 선생님을 찾아오는 사람도 많았다.


다음날, 교감 선생님은 교무실의 내 자리를 본인 옆으로 옮기라고 하였다. 책상을 옮기기 힘들면 본인이 직접 내 옆으로 오겠다고도 말했다. 결국 나는 교감 선생님 옆으로 자리를 옮겼다. 구석의 명당자리에서 아무도 원하지 않는 관리자 옆 자리로 옮긴 나는 1년을 힘들게 보냈다. 이것보다 더 힘들었던 건, 회식 자리나 학교 행사에서 진심 반 장난 반으로 선생님들이 내 옆 자리 쟁탈전이 벌어졌다는 것이다. 괴롭고 피곤했다.


세월이 흘러 나와 함께 했던 분들이 내 덕에 복을 받아 인생이 잘 풀렸는지는 일 길이 없다. 다만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그때 그 교감 선생님은 매스컴에 오를 정도로 승승장구하였다는 사실이다.

우연히 교육청에서 그분을 만난 적이 있었다. 보자마자 반가워하면서 또 나의 관상이야기를 꺼내셨다.  예전 학교에서의 악몽을 되풀이하고 싶지 않아서 나는 도망치듯 달아났다.


정말 나와 함께 있는 사람들에게 행운과 복을 가져다주는 관상이었으면 좋겠다.
그래서 교장인 지금 우리 학교 학생들 그리고 선생님들에게 좋은 일만 일어났으면 하는 바람이다.


더불어 이 글을 읽고 있는 독자님에게도 좋은 기운이 전해지길.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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