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pathos Dec 29. 2023

영원한 '나의 아저씨'를 기억합니다.

이 맘 때였다. 넷플릭스에서 '나의 아저씨'를 본 것이.

그리고 얼마 전에 '나의 아저씨'를 다시 보기 시작했다.  

그런데 드라마를 보는 내내 '이건 나의 인생 드라마'라고 감탄한 지 1년 만에 나의 아저씨는 사라졌다.

해만 바뀐 똑같은 12월, 여전히 넷플릭스엔 '나의 아저씨' 알고리즘이 추천되는데 주인공인 아저씨만 실존하지 않는 비현실적 상황.



나는 뭐든지 양보다 질을 좋아한다.

책도 다독하는 것보다 맘에 드는 책을 두세 번 반복에서 읽기를 좋아하고,

영화나 드라마도 많은 작품을 보는 대신 맘에 드는 영화(드라마)를 여러 번 다시 본다.

사람 사귐도 그렇다.

많은 사람을 만나는 것보다 소수의 좋은 사람을 자주 만나는 걸 좋아한다.


한때 윤리 교사였던 나는 학생에게 '존엄성', '사람됨', '인간의 품격' 등을 최고의 가치로 여겨야 한다를 진심으로 가르쳤다.

'나의 아저씨'는 인간이 지녀야 할 품격이 무엇인지?, 인간의 존엄성은 어떻게 지켜져야 하는지?를 느끼고 깨닫게 해주는 내가 알고 있는 한 최고의 작품이었다.

주인공 이지은이 건물 청소하는 춘대 아저씨에게 보여주는 눈빛과 행동이 그러했고,

주인공 이선균이 힘든 삶에 찌든 이지은에게 보낸 눈빛과 행동이 그랬다.

또한 주인공 삼형제의 세상을 향한 눈빛과 행동 속에도 고스란히 묻어났다.

지금까지도 내 핸드폰엔 '나의 아저씨' ost가 저장되어 출퇴근 지하철에서 듣는다.


아내가 "이선균 씨가 세상을 떴어"라고 했을 때 내색은 안 했지만 묘한 감정에 휩싸였다.

슬픔도 아니고, 놀라움도 아니고, 안타까움도 아닌 표현하기 힘든 알 수 없는 감정.


사실 나는 갑작스러운 죽음에 익숙한(?) 편이다.

교통사고로 가장 좋아하는 작은 아버지의 죽음을 보았고,

갑작스러운 두통으로 병원에 입원한 지 5일 만에 하늘나라로 떠난 형의 눈을 내 손으로 감아주었다.

형의 장례식장이 바로 이선균 씨가 마지막을 보냈던 서울대학교 장례식장 1호실이었다.

TV 화면에 장례식장 모습이 보이면 이선균 씨와 비슷한 나이에 떠난 형의 마지막 가는 길이 생각나 많이 괴롭다.


영원한 나의 아저씨,

배우 이선균님의 명복을 빕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전등도 못 가는 남자이야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