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커피를 다시 마실 수밖에 없는 세 가지 아니 네 가지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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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작년 9월 14일에 '커피를 마시지 않기로 했습니다.'라는 글을 브런치에 올렸다. 발행 후 조회수가 갑자기 1000, 2000,... , 10000회를 기록하더니 급기야는 4만을 넘어 최종 5,3488회를 기록했다. 브런치 작가가 된 후 정확히 1년이 지나 발생한 일이었다. 그때의 흥분과 기대는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기뻤다. 나는 아내에게 조회수를 보여주면서 "드디어 나도 대중에게 인정받는 작가가 될 수 있어"라고 호기롭게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조회수는 내가 투자한 종목의 주가지수 변동처럼 올라갔다가 하루아침에 사정없이 곤두박질쳤다.
오늘은 조회수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다. 커피에 대한 이야기이다. 작년 9월 초에 심각한 불면증을 극복하고자 그토록 좋아했던 커피를 마시지 않기로 결심했다. 약을 먹어야 잠이 들 정도로 심각한 불면증은 커피를 끊자마자 귀신같이 사라졌다.
그런데
커피를 끊은 지 1년이 지난 지금 또 다른 문제가 날 괴롭히고 있다.
대한민국 사회에서 커피를 마시지 않는다는 것은 마치 90년대 군대에서 이등병이 담배를 피우지 않아 생기는 군대생활의 어려움과 유사하다. 당시 군대는 그랬다. 고된 훈련을 마치면 소대장이 병사들에게 '담배 일발 장전!"이라고 선창했다. 그러면 사병들은 일제히 "발사!!!"라고 외치며 담배를 들이마시고 연기를 허공에 내뿜었다. 이런 상황에서 담배를 피우지 않는 나는 전우들이 내뿜는 연기를 함께 들이마셨다. 결국 나는 이등병에서 일병이 될 무렵 흡연자가 되었다.
커피도 유사하다.
대한민국은 식사 후에 반드시 커피를 마셔야 한다는 규칙이 어디에 있는 건지, 많은 사람은 밥을 먹은 후 아메리카노를 마신다. 커피를 끊은 나에게 이 시간은 고통의 시간이다. 옆 사람의 커피 향이 내 코를 자극하면 잊고 있었던 커피의 달콤함과 고소함이 내 심장을 마구 뛰게 만들기 때문이다.
교장인 나는 가끔 선생님이 있는 교무실에 간다. 그럴 때마다 어떤 선생님은 "교장 선생님 커피 한 잔 드릴까요?"라고 묻는다. 그럼 나는 "아닙니다. 저는 커피를 마시지 않습니다. 고맙습니다."라고 거절한다. 요즘 같은 시대에 교장에게 커피를 권하는 선생님의 제안을 거절할 때 내 마음은 찢어질 듯 아프다. 이렇게 거절한 후에는 교무실에 가도 더 이상 내게 커피를 권하지 않는다.
여행지에는 멋진 카페가 너무 많다. 특히 제주도에서 내 눈 앞에서 펼쳐진 드넓은 태평양을 보면서 커피를 마시지 못하는 고통은 참기 힘들다.
그래서
커피를 끊은 지 1년 만에 다시 마시기로 했다. 카페인 잔뜩 함유된 일반 커피가 아닌 'decaffeinated' 커피를 딱 한 잔만 마시기로 한 것이다. 출근하면 내가 좋아한 에티오피아 원두를 곱게 갈아 커피를 내린다. 비록 무알콜 맥주처럼 디카페인 커피이지만 달콤한 초콜릿과 함께 마시는 한 모금의 커피는 나를 천국으로 안내한다.
담배를 끊기 힘든 것처럼 커피도 그만큼 끊기 힘들다. 내가 비록 디카페인이지만 커피를 다시 마시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그
리
고
커피를 다시 마실 수밖에 없는 또 하나의 이유가 생기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