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이 너무 열정적이어서 그 열정을 감당하기 힘듭니다

by MZ 교장

12월이면 학교는 성적표를 받는다.


학생, 학부모, 선생님들이 메겨준 '학교 만족도 조사' 결과다. 담당 부장이 보낸 이 결과지에는 지난 1년의 노력과 아쉬움이 모두 담겨 있어, 교장인 나는 내색은 안 했지만 볼 때마다 성적표를 받은 수험생처럼 마음이 두근거린다.


올해 결과를 100점 만점으로 환산해 보니, 학생 77.46점, 학부모 83.1점, 그리고 교사 94.2점이 나왔다. 우리 아이들의 점수가 가장 높았으면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먼저 다가왔다. '내년에는 더 분발해서 아이들이 더 신나는 학교를 만들어야지'라고 다짐해보지만, 쉽지 않은 현실이 답답할 뿐이다. 사실 아이들의 만족도를 100점으로 만들 비법(?)은 나는 알고 있다. 시험을 없애고, 급식은 매일 뷔페처럼 맛있으면 되고, 국영수보다는 체육과 미술, 음악으로 시간표를 채우고, 축제를 일주일 내내 하면 된다.


그래도 다행이고 감사한 건, 선생님들의 만족도가 94.2점으로 아주 높다는 사실이다. '교사가 행복해야 교실이 행복하고, 그래야 아이들도 웃는다'는 말을 나는 굳게 믿는다. 선생님들의 높은 만족도가 결국은 아이들에게 따뜻한 온기로 흘러갈 테니까.


서술형 답변을 읽다가 나는 피식 웃음이 나왔다. 학교가 개선할 점을 묻는 칸에 한 학부모가 "학교야 잘하죠. 애가 못해 문제임"이라고 썼기 때문이다. 투박하지만 학교를 향한 깊은 신뢰가 느껴져 기분이 좋았다.


그리고 한 학생의 귀여운 하소연도 있었다.

"수학 선생님이 너무 열정적이어서 학생들이 그 열정을 감당하기 힘듭니다."

이보다 더 극찬인 불만이 있을까. 아이들이 감당하기 벅찰 만큼 쏟아부어 주시는 선생님의 사랑과 열정이 감사하다.


숫자 뒤에 숨은 이 따뜻한 마음들을 기억하며, 내년에는 우리 학생들의 웃음소리가 점수보다 더 높이 올라가는 학교를 만들겠다고 다짐한다.



학부모 답변




학생 답변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가장 느리게 걷는 아이가 외롭지 않은 학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