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우내 추위를 견디고 쏟아난 튤립처럼

by MZ 교장

신입생이 입학한 지 어느덧 사흘째다.

학교 곳곳에는 기분 좋은 설렘과 낯선 활기가 가득하다. 복도를 거닐면,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학교 이곳저곳을 탐색 중인 1학년 아이들을 만난다. 그 맑은 눈을 보고 있으면 나도 모르게 입가에 미소가 번진다. 점심시간에 만난 아이들에게 "오늘 급식은 맛있었니?"라고 물으니, 약속이라도 한 듯 "네!" 하고 큰 소리로 대답한다.


교실 앞에서 과자를 먹고 있는 아이들을 만났다. 한 아이가 내게 묻는다. "교장 선생님, 이것 좀 드실래요?" 그 마음이 예뻐서 "고마워!"하고는 짐짓 장난스레 과자 봉지를 통째로 뺏었다. 그러고는 과자 하나를 쏙 꺼내 아이 손에 건네주었다. 나의 장난에 아이들은 깔깔대며 웃는다.

이 맑은 웃음소리가 학교를 빛나게 한다.


아침 8시, 평소처럼 학교를 한 바퀴 돈다. 개학한 지 고작 이틀인데, 우리 학교에서 가장 경력이 많은 3학년 담임 선생님은 학생 한 명과 조용히 대화를 나누고 있다. 그 뒷모습이 얼마나 따뜻한지 모른다. 선배 교사의 이 정성 어린 모습이 자연스레 후배 교사들에게도 전이된다. 복도를 걸으니, 교실마다 선생님과 학생이 상담하고 있다. 나는 정작 한 것이 아무것도 없다. 그저 웃는 얼굴로 따뜻하게 안부를 물었을 뿐이다.


화단을 보니, 지난주까지만 해도 보이지 않던 튤립 새싹이 쑤욱 고개를 내밀었다. 겨우내, 혹독한 추위를 견디고 단단한 흙을 뚫고 올라온 새싹 두 개가 너무 대견하다.

우리 아이들도 이 튤립 새싹처럼, 낯섦과 두려움을 뚫고 각자의 속도로 찬란하게 피어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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