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로소프트가 최고의 직장들 중 하나인 이유
최근 몇 년간 가장 핫한, 구직자들이 가장 일하고 싶은 기업을 꼽으라면 역시 구글일 것이다. 미국, 한국 가릴 것 없이 지금까지 보아온 대부분의 기사들에서 상위권을 마크했고, Fortune이 조사한 2017년 가장 일하고 싶은 기업 순위에서도 1위를 차지했다 (http://beta.fortune.com/best-companies/).
개인적으로 구글에서 일해본 적이 없어서 구글러들의 생활이 어떤지는 알 길이 없지만, 마이크로소프트 역시 전 세계의 수많은 구직자들이 가장 선망하는 직장 중 하나일 것이다. 물론 완벽한 회사란 존재할 수 없고, 불만족스러운 점들도 많겠지만, 나 역시 이 회사에서 근무할 수 있는 기회를 가졌다는 사실이 감사하고 또 행복하다. 마침 최근 동료 직원들과 이야기하면서 어떤 점들이 현 직원들의 입장에서 마이크로소프트를 최고의 직장으로 만드는지 생각해 볼 기회가 있었기에 그때 나누었던 이야기들을 공유해보고자 한다.
미국은 한국과는 다르게 건강보험을 회사에서 지원해준다. 즉 회사에서 지원해주는 정도에 따라 같은 병원에서 같은 진료를 받더라도 환자가 감당해야 하는 금액은 극과 극일 수 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건강보험 지원은 업계 최고 수준으로 직원들은 병원 방문 시 타회사 대비 본인부담을 최소화할 수 있다. 나 역시 회사에서 근무하면서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병원을 방문한 후 내 돈을 써본 적이 없다.
직원들이 대학교/학원에 다니고 있을 경우 연간 10,000불 이상의 돈을 지원받는다.
피트니스 관련 비용 지원: 직원들은 운동 관련 용품, 체육관 멤버십, 운동 강좌 등 피트니스 관련 비용에 대해 연간 800불씩 지원받는다.
회사 근처의 대부분의 지역에서 통근을 위한 셔틀을 지원하고 있다. 셔틀이 없는 곳에서 통근하는 직원들을 위해서는 무료 대중교통 카드를 지원한다.
직원 본인, 혹은 배우자가 출산 시 최대 4개월간 유급 유가를 지원한다.
직원들은 회사 주식을 10% 할인된 금액에 구매할 수 있다.
사내에 병원이 있어 직원들이 언제든 방문해서 진료를 받을 수 있다.
직원들은 변호사의 도움이 필요한 경우 최소한의 비용만으로 자문을 구할 수 있다.
외국인 직원들은 회사에 채용됨과 즉시 취업비자와 영주권을 신청할 수 있고 회사에서 전액을 부담한다.
규모가 큰 회사들은 많지만 마이크로소프트처럼 테크 분야에서 다양한 문제들을 다루는 회사도 흔치 않다. 클라우드 컴퓨팅, 게임, 하드웨어, 인공지능, 인체공학 등등 테크놀로지 관련 분야에서 마이크로소프트가 다루지 않는 분야는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하고 이는 현 직원들이 현재 팀을 떠나고 싶을 때 굉장한 장점이 된다. 굳이 다른 회사를 알아보기 위해 면접을 보거나 다른 지역으로 이사를 가지 않아도 될 뿐만 아니라 사내 이동시에도 새롭게 연봉 및 직급 협상을 진행하는 경우도 있다. 대부분의 직원들은 이 점을 십분 활용해 2,3년에 한 번씩 새로운 팀으로 옮겨 마치 새로운 회사에서 일을 하는 것처럼 근무 환경을 바꾸고 또 이를 통해 좀 더 넓은 시야를 가진 인재로 거듭나게 된다. 한국 회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발령'이라는 제도는 있을 수 없는 일이며 직원들은 (자리가 있고 매니저가 받아준다는 전제하에) 스스로 팀을 선택하고 일을 할 수 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테크놀로지 분야에서 큰 업적을 세운 수많은 유명인사들을 직원으로 채용하고 있기로도 유명한 회사이다. 수많은 운영체제를 개발한 David Cutler, Gang of Four의 디자인 패턴이라는 책으로 유명한 Erich Gamma, 요즘 핫한 Kubernetes를 개발한 Brendan Burns를 비롯해 전 세계 최고의 인재들이 마이크로소프트에서 근무하고 있으며 지나가다, 혹은 식당에서 우연히 마주치는 것에 그치지 않고, 본인이 원한다면 언제든지 그들에게 이메일을 보내 자문을 구할 수 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직장에서의 개인의 공간을 가장 중시하는 회사들 중 하나이다. 요즘 들어 바뀌고 있는 추세이긴 하지만, 아직도 대부분의 팀은 개방된 공간이 아닌 직원들 개개인에게 개인 사무실을 제공하는 방식을 채택하고 있으며 사방이 열려 있어 항상 누군가에게 감시당한 다는 느낌에 불안감을 느낄 수도 있는 다른 회사들과는 다르게 직원들은 자기 취향에 맞게 꾸민 자신만의 공간에서 업무에만 집중할 수 있다.
매니저들은 팀원들이 현재 어디서 뭘 하는지 전혀 신경 쓰지 않고, 점심을 먹으러 나가서 두세 시간을 소비하고 돌아와도 아무도 지적하는 사람이 없다. 직원이 본인에게 맡겨진 일을 해내기만 한다면 하루에 두 시간을 근무하더라도 그 직원은 합당한 대우를 받을 수 있다.
구글에 다니는 지인에게 업무 스트레스와 데드라인에 힘들어하는 구글러들의 이야기를 들은 적이 상당히 많은 것에 비해 마이크로소프트는 상부에서 '쪼아서' 힘들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거의 없다. 도를 넘는 독촉과 채찍질이 낳는 결과가 좋지만은 않다는 것을 오랜 경험에서 터득한 듯하다.
테크 업계 종사자들 사이에서 마이크로소프트는 '가장 은퇴하기 좋은 회사'로 정평이 나있다. 일이 끊임없이 밀려와 열심히 배워서 실력을 신장할 수 있는 회사도 좋고, 일을 더 많이 하는 만큼 돈을 더 주는 회사도 좋지만 저녁 있는 삶을 원하는 사람들에게 마이크로소프트는 최선의 선택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생각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