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는 만큼 보인다. 좋아하는 건 결국 찾아온다.
코르도바는 계획에 없었던 도시였다. 원래대로라면 세비야에서 내 화려한 스페인 여행은 막을 내리고, 돌아가는 비행기를 탔어야 했다. 평소 꼼꼼하다 자부하는 성격인데 비행기 출발 하루 전까지 세비야 숙소를 예약했던 것이다. 왜 그런 착각을 했을까, 일정을 짜다가 발견했다. 황당하지만 이미 비행기 표도 끊었고 숙소도 예약한 걸 어쩌겠어. 세비야에서 마드리드로 떠나기 전 들를 도시를 물색했다.
먼저 쉐리가 너무 좋았어서 기회가 된다면 헤레즈에 가고 싶었다. 동선 상 헤레즈는 더 남부로 내려가야 해서 출국날 동선이 곤란할 것 같았다. 그렇다면 해산물이 맛있는 도시에 들르고 싶기도 했는데, 이미 세비야가 내륙이라 이 또한 동선이 쾌적하지 않았다. 결국 마드리드로 가는 길에 있는 도시들 중 가볼 법한 도시를 선택하기로 했다. 그때 눈에 든 것이 코르도바이다.
이슬람, 유대, 기독교 문화가 한데 남아있고 로마 시대 흔적도 많다는 도시, 코르도바. 술을 생각하는 마음 중 단 한 방울만큼이라도 역사에 관심이 있었다면 처음부터 코르도바에 흥미가 있었을 텐데. 내 마음속 순위 밖이었던 코르도바로 향했다. 시내에 내려가 알카사르와 로마 다리를 구경했다. 광장을 둘러보고 만두 같은 빵도 먹었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했던가, 역사 문맹인 내 눈에는 특별히 멋진 점이 보이지 않았다. 역사의 도시에서 나는 시간이 남았다. 돌아다니며 저녁을 먹을 식당을 고르고 그래도 시간이 남아서 일찍 여는 바에서 와인을 마시며 저녁 시간만을 기다렸다.
우리가 눈독 들였던 식당은 ‘월드 베스트 살모네호’ 상을 받았다는 곳이었다. 내심 ‘월드 베스트 살모네호’란 어떤 맛일까, 이 고풍스러운 도시에서 상을 받는다면 굉장히 내공이 있는 집이겠거니 생각했다. 3대가 운영하는 칼국수집처럼, 3대째 내려오는 살모네호일까? 외관으로는 가게가 작아 보였고 문을 찾기도 어려워서 조금 헤매었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아니나 다를까 나이가 지긋하지만 굉장히 댄디하게 차려입은 사장님이 우리를 맞이했고 누가 봐도 그의 아들로 보이는 사람이 자리를 안내했다.
역시 3대가 운영하는 집이 맞나 보군. 그런 생각을 하며 요리를 받았는데, 내 예상과는 달리 굉장히 모던한 요리가 나왔다.
전통을 잘 모르는 내가 봐도 전통 요리를 현대적으로 해석한 느낌이 났다. 기대하던 살모네호는 사과와 새우, 게다가 아만틸로 젤리가 얹어져 나왔다. 이렇게 밖에 표현하지 못해 아쉽지만 굉장히 고급스럽고 맛있었다. 엔초비도 살짝 곁들여져 있었는데 킥이 되고 좋았다. 새우 내장의 녹진한 맛이 더해진 돼지고기, 고수향 오일이 곁들여진 굴도 신선하게 느껴졌다.
마지막 즈음엔 계란 프라이와 감자가 나왔다. 나는 스페인 감자가 유독 맛있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이 날 최고의 감자를 만났다. 감자 퓌레 위에 바삭한 계란 프라이 그 위에 마치 파래 같은 비주얼의 트러플이 얹어져 나왔다. 맛이 없을 수 없는 조합에 올리브 오일 향까지 올라와서 행복했다.
디저트로는 초콜릿 추로스가 나왔다. 누가 봐도 추로스처럼 생겼는데, 추로스의 탈을 쓴 소꼬리찜이었다. 초코 딥처럼 생긴 것도 사실은 카카오 향이 살짝 나는 소꼬리찜 소스였다. 위트가 느껴지는 디저트였다.
숙소에 돌아와 코르도바에서의 저녁을, 세비야에서의 밤을 회상했다. 론다의 낮과 네르하의 아침과 그라나다의 새벽을 떠올렸다. 여행의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좋아하는 스페인의 모습을 꽤나 많이 담았다. 좋아하는 것을 찾다 보니 우연한 행운들 찾아왔다. 역사의 도시, 코르도바에서 만났던 젊은 식탁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