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벌써 두 번째 마라톤

by 윤 log

나의 두 번째 마라톤


대회명 : 세종 한글런Run 마라톤

대회일시 : 2024.10. 09 수요일

대회장소 : 세종시 세종중앙공원

참가부문 : 5.15km (세종대왕 탄신일 5월 15일)

10.9km (한글날 10월 9일)

참가비 : 22,000

기록 : 5.09km ('00:46:39')



첫 번째 마라톤은 우리 지역에서 하는 대회를 놓쳐서 대전에 가서 뛰었지만 이번엔 우리 동네다.

안 뛸 이유가 없지. 10월이라 날이 살짝 선선하고 뛰기 좋을 줄 알았는데 여름이 길어지고 가을이 짧아지면서 대회 당일날도 날이 더웠다. 한 번 뛰어 봤다고 일찍 출발해서 여유 있게 준비하려 했지만 웬걸...

요즘 마라톤이 붐이 일어나 참여자분들이 워낙 많아지다 보니 가까운 곳에 주차하기가 힘들었다. 원래 집결지 주차장은 이미 만차였고 돌아 돌아 돌아서 그래도 주차해 놓고 걸어갈 만한 세종 국립도서관 옆 공터 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모자를 쓰고 옷과 배가방? 에 핸드폰 챙기고 신발 끈도 다시 매고 밖으로 나갔다.


이번 대회는 지누션의 션님이 오셔서 같이 뛰고 노래도 불러주었다. 마라톤 대회이면서 축제의 장.

배번호를 받고 앞판에는 노스페이스 브랜드 로고와 태극기가, 뒤판에는 세종대왕님의 훈민정음이 새겨져 있는 티셔츠를 받았는데 다른 분들 보니 다 이티셔츠로 갈아입고 계시길래 나도 입고 갔던 티셔츠를 벗고 기념티셔츠를 입고 그 위에 배번호를 달았다. 이 티셔츠 재질도 부드러우면서 바람도 잘 통하고 뭔가 찰진 재질의 티셔츠라.. 그리고 훈민정음 글씨가 너무 예뻐서 아주 흡족스러웠다. (기념품에 잘 넘어가는 타입)

넓디넓은 초록초록 잔디에 모두 모여 션님의 흥겨운 노래에 맞춰 몸을 풀었다. 우리 세대 불후의 명곡 지누션의 '말해줘~'를 따라 부르니 이 또한 스탠딩 공연장 같은 분위기여서 막 흥이 올랐다.


호수공원을 끼고 있는 중앙공원은 화창한 날씨만큼이나 코스가 좋았다. 아무래도 공원 산책길이다 보니 폭이 좁은 길에선 병목현상은 피 할 수 없지만(난 별로 상관없었지만) 뛰면서 잔잔하게 햇살을 머금은 호수도 보고 바람이 살랑 불어주면 떨어지는 단풍잎들도 마주하게 되어서 기분만큼은 너무 좋았다. 그렇지만 더웠다. 태양이 너무나 뜨거워... 10월은 가을이 맞는데 말이다.


5km를 뛰었지만 나름 힘들어서 걷지 않고 끝까지 뛸 거라는 내 목표와는 다르게 몇 번을 중간중간 걸었다. 그래도 finish line에 다다랐을 땐 천천히라도 뛰어서 도착을 했다. 그러곤 바로 옆 조금 떨어진 나무 밑 잔디에 털썩 주저앉았는데 진짜 꿀맛 같은 나만의 시간이었다. 내가 또 이렇게 완주를 했구나, 하는 뿌듯한 마음 한가득 안고 그렇게 앉아있다가 메달과 빵을 받으러 갔는데 봉사자분들이 정말 활짝 웃어주시며 수고하셨다고 메달을 건네주시는데 그 순간 기분이 또 너무 좋은 거다. 하하 이게 이렇게 기분 째지는 일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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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날 시간에 맞춰 남편과 아이들이 왔고 그때가 세종 축제 기간이라 같이 블랙 이글스 공연도 보고,

기념일엔 당연스레 짜장면을 먹어야 하니 집 근처 중국집에 가서 맛있게 짜장면도 먹었다.

이렇게 벌써 마라톤 메달이 2개, 뭐든 모으는 게 내 취미인데 이거 뭐 어쩔 수 없이 내년에도 해야 한다.


어떤 분야에서든 그렇겠지만 어떤 임계점에 다다랐을 때 그걸 뛰어넘느냐 아니냐에 따라 더 올라갈 수 있는지 아닌지가 결정되는 것 같다. 그 임계점에 다다르기 위한 고통은 누구에게나 있고 넘으려는 의지만 있으면 누구든 할 수 있는, 할 수 있을 일인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뛰면서 '아.. 너무 힘들어, 진짜 너무 힘들다, 난 왜 남들처럼 못 뛰지?! 그래 나는 안될 것 같아,라는 생각이 또 나를 이기겠지... 5km도 이렇게 힘든데 2배 거리인 10km는 대체 어떻게 뛰나, 뛸 수 있어?'


얼마 전

마라톤이 끝나고 이젠 춥기도 하고 뛰는 건 잠시 쉬자며 두 달간 뛰지 않다가 몸이 다시 뛰었을 때를 기억하는지 몸을 밖으로 끌어냈다.

내년에도 뛰어 보겠다는 생각이 있기도 했지만 나를 마라톤으로 계속 이끌어 주는 친구들이 있어 다시 마음을 다 잡아 보기로. 이 날은 그냥 오늘 뛰어보고 싶다는 생각에 저녁을 해 놓고 옷을 주섬주섬 챙겨 입었다. 해가 짧아 금방 어두워지니 다리 위 교각을 달려보자, 5km를 다 뛰어보자, 하는 마음으로. 언제나 그랬듯 블루투스 이어폰을 한쪽만 끼고 멜론앱을 열어 그날 나의 무드에 맞춰 노래를 몇 곡 선택하고 반복재생을 한다. 노래 두 곡이 끝나고 세 번째 곡을 들을 때쯤...



어! 오랜만에 뛰는데 그렇게 힘들지 않네? 하며 가볍게 뛰고 있는데 갑자기 배가 당기면서 아파왔다. 나오기 전에 급하게 먹은 딸래미 라면 몇 젓가락에 탈이 난 건지 배를 살짝 부여잡고 좀 더 살살 뛰려는데.. 왜 인지모를 괜한 서러움이 훅 밀려 올라왔다. 그냥 눈물이 왈칵 쏟아져버렸다... 흐느끼다가 어느새 꺼억꺼억 소리 내며 울며.. 걸음을 멈췄다. 한동안

왜 그랬는지는 내가 제일 잘 알고 있다. 잘 아니까 더 더 참을 수 없었다. 주변엔 나 말고 아무도 없었다.


이렇게 와락 눈물이 났던 이유는 그저 내가 너무 애처로워서, 딱 이 한 가지였다. 잘하고 싶고 또 잘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그게 내 맘처럼 안 돼서. 내가 못하는 무언갈 잘하는 사람들은 차고 넘친다. 그게 타고난 게 아니고 노력이라는 것도 잘 아는데 말이다.


이 눈물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테지만 지금 돌이켜 보면 내가 나를 위로하기 위한 방법이었던 것 같다. 그러곤 다시 뛰었다, 그리고 또 눈물이 났고 다시 또 뛰어서 5km를 마저 채웠다. 그렇게 48분 동안 난 나에게 기대하고 나에게 실망하고 나를 바라보고 내가 나를 위로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다 뛰었음에 나를 기특하고 잘했다고 마음으로 등 두드려주었다.

그래, 이렇게 조금씩 조금씩 나를 달래며 이겨내자. 내 년엔 지금보다 한 걸음 더 만족할 만한 성과를 이루어 보자. 지금의 눈물은 딴딴한 밑거름이 되리라. 그리고 3월에 한번 더 뛸 예정이다.

잘 해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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