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늦게 마라톤을 뛰다
나의 첫 마라톤
대회명: 제20회 대전 3대 하천 마라톤대회
대회일시: 2024. 5. 12 일요일
대회장소: 대전 한빛탑 광장
참가비: 20,000
기록 : 5.12km '00:45:32'
마라톤 대회 참가는 지금까지 내 사전엔 없는 말이었다. 그런데 어쩌다 마라톤을 이번 연도에만 두 번을 참가하게 했다. 나도 어렴풋이 해보고 싶은 마음만 가지고 있었던 듯하다.
그러다가 인스타 친구의 마라톤 피드 글을 접하게 됐다. 엇! 서울에서 마라톤 대회가 있네?
우리 동네도 하지 않을까? 바로 네이버에 검색을 해보니 옆동네에서 한 달 여 후에 마라톤대회가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에라 모르겠다, 한 번도 시도해보지 않았지만 우선 신청을 해놓고 생각해 보자
막연하게 5km면 우리 집에서 어디까지 갔다가 돌아오면 그 거리가 맞을 것 같아서 가벼운 마음으로 연습에 들어갔다. 4월 중순이었고 슬슬 더워지려고 하는 찰나
반 정도는 뛰었고 반 정도 걸었다. 한마디로 힘들었다. 내 몸이 이렇게 무거웠나?
그냥 실소가 나왔다... 아무리 처음이라지만 이게 이렇게 힘든 거였어? 내가 너무 쉽게 생각한 걸까?
여러 가지 생각이 들면서 그래도 가족들과 친구들에게 대회에 나간다고 떠벌려 놓았으니 하긴 해야 된다.
낮이 벌써 더워서 연습을 저녁에 많이 했다. 그렇게 총 6번 완주 연습을 했다.
이 연습 기간 동안 한 번도 안 쉬고 안 걷고 완주한 건 딱 한번! 이것만으로도 난 뿌듯함을 느끼고 대회를 맞이했다. 드디어 당일,
먼저 출발하신 하프주자 분들은 이미 하천을 달리고 계셨고 잠깐 이었지만 내가 본 분들 거의 대부분 나이가 있으신 분들이었다. 하프를 뛴다는 것 자체가 존경스러운 일인데.. 아무리 나이가 들어도 젊은 사람들 보다 더 열정적으로 지치지 않는 체력으로 달리시는 모습에 진짜 경외심이 절로 들었다.
이분들의 아우라는 정말 보기만 해도 탄성이 터진다. 나뿐만 아니라 5km 출발 대기 하시는 분들 모두
하프 뛰시는 분들 보면서 '와~ 존경스럽다, ㅈㄴ멋지다' 하며 박수가 절로 나왔다.
-
이제 5km 순서
나는 무릎을 생각하며 천천히, 반환점 돌기 전까지는 거의 뛰었고 후반부엔 걷뛰 걷뛰를 반복하면서 뛰었다. 날씨는 조금 더웠지만 하천길가에 핀 꽃들도 보고 가끔씩 바람이 불어주면 시원한 청량감을 느끼며 무리하지 않으려 했다. 특히, 반환점에서 종이컵에 따라주는 생수를 세 모금에 나눠 마신 후 바닥에 휙 던져버렸던 게 '크으... 나도 뛰면서 이런 거 해본다'라는 쾌감 같은 것도 느꼈다. 6번의 완주 연습보다 오늘 기록이 제일 좋았다.
마지막 Finish Line에 가까워지니 막판 스퍼트를 위해 뛰었다. 모두들 엑스포 다리 위에선 전력질주를..
4,5번째 연습할 때 무릎에 무리가 갔는지 통증이 있었어서 조심조심 페이스 놓치지 않게 뛰려고 했는데
그래도 나름 잘 버티며 마무리 돼서 너무 다행이었다.
마라톤 메달. 그래 이거지. 거의 이 메달을 목에 걸러보려고 뛰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내 인생에 첫 메달이 안니가?!(뭔가 있었던것 같기도 하고)
유난히 파란 하늘과 한빛탑을 배경으로 기념샷을 찍고 메달에 이름과 완주기록을 각인해 준다고 해서 거의 1시간 이상 기다려서 각인까지 받아왔다. 이걸 보니 진짜 하길 정말 잘했다. 뿌듯함이 밀려왔다.
딸도 '엄마 이거 동메달 같다'하면서 좋아해 준다.
엄마가 뛰는 동안 기다리고 있었을 남매도 지쳐서 기념품으로 받은 초코바와 바나나를 주고 나도 음료 한 모금과 바나나 한 입을 먹었다.
아! 근데 블로그 쓰다가 문득, 우리가 기념품 가방을 챙겨 왔나? 생각이 들어 집에 없는 거 같아 차에 두고 안 가져온 줄 알고 남편한테 물어보니 '어?! 그런 게 있었어? 난 모르는데?' 하아.. 정말, 나이키 물병이 거기 있었는데 메달 구경하느라 내 팽겨진 나의 가방 ㅜ
각인을 기다리는 동안 남매가 먹다 남긴 떡볶이와 어묵을 흡입하고 집으로 왔다. 막상 뛸 때는 모르다가 누워있으니 모든 다리의 피로들이 들고 일어서는 기분이었다. 다리가 물먹은 스펀지 마냥 너무 무겁다. 나의 모든 무게를 지탱해 준 발과 무릎이 참으로 기특하고 고마웠다. 힘들었지만 다 모르는 사람들이지만 같이 뛰니 재미있었고 나에겐 너무나 값진 첫 경험이었다.
더 나이 들기 전에 10km도 도전해보고 싶은 마음이 스멀스멀 들기도 한다.
잘했다. 오늘 하루는 푹 쉬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