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세상의 좋은 것 모두 주고 싶어’

졸업식

by 윤 log

지난 화요일, 첫째 아이의 초등학교 졸업식이 있었다.

내 또래 중 일찍 아이를 낳았다면 벌써 군대도 가고 대학생이 되어있을 수 있을 첫 아이.

하지만 결혼을 하고도 10년이 넘는 세월 동안 나에겐 허락되지 않았던 기쁨이었다.

우여곡절 끝에 감사하게도 지금 살고 있는 곳으로 이사오자마자 자연적으로 아이가 생겼고 13년이 지난 지금

그 아이는 초등학교 졸업장을 받았다.


2013년생 아이들은 입학식이 없었다.

코로나가 터진 시기였기에 코 훌쩍거리다가 당당히 초등학생이 됨을 기념해야 했던 자리엔 마스크와 격리로 모두 집에 있어야 했다. 화상 수업만으로 컴퓨터 모니터 저 너머의 선생님과 친구들을 대면할 수 있었던 그때.

학교에서 실컷 뛰어놀고 새로운 세상에 첫 발을 디뎠어야 했던 그때.

학교에 등교하고 나서도 항상 마스크를 쓰고 있어 초등학교 때 처음 본 친구들은 눈빛으로만 서로를 알아볼 수밖에 없었다. 나중에서야 ‘아 네가 이렇게 생겼었구나’ 할 정도니 말이다.



‘아, 이런 거 처음 해봐서 되게 어색해’

졸업 가운과 학사모를 쓴다는 생각에 첫째가 했던 말. 그래 그렇겠다.

졸업식이 있던 학교 2층 강당에 많은 부모님들이 어여쁜 꽃다발을 한 아름씩 안고 아이들을 기다린다.

가람반 나래반 다솜반 라온반 마루반까지 105명의 아이들이 수줍음과 어색한 표정으로 입장하는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그럼에도 키도 훌쩍 자라고 표정에서도 뭔지 모를 늠름함이 느껴지는 건 아이들의 처음이 안타까워서 더 그런 걸 지도 모르겠다.

전교생 한 명 한 명 모두 단상에 올라가 교장 선생님께 졸업장을 받고 공손히 부모님들께 인사하는 모습이 참 예뻤다. 유치원 다닐 때부터 알고 있던 첫째 친구가 전교 학생회장이 되어 졸업연설을 하는 걸 보니 또 그렇게 대견할 수가 없었다.


졸업식 2주 전, 학교에서 문자 한 통이 왔다.

아이들이 준비한 노래 중 1절 부분을 아이들 모르게 부모님이 깜짝 선물로 준비하시길 부탁드린다는 내용이었다. 이 문자를 받고도 연습할 생각을 못하고 잊고 있다가 다른 엄마와 톡을 주고받으며 다시 떠올랐다.


[이 세상의 좋은 것 모두 주고 싶어]라는 노래.

먼저 아이들이 부른 부분은 2절, 열심히 연습했는지 모두 가사도 안 보고 가족들을 모며 약간 상기된 표정으로 끝까지 잘 불렀다. 그리고 노래가 끝난 후 약 2초간의 정적.

졸업식을 진행하시는 선생님께서

‘자 다음은 부모님들의 노래가 이어지겠습니다~’라는 말씀을 하시자 아이들의 눈이 똥그래지며 놀란다.

가사를 외우지 못해 어쩌지? 했지만 학교에서 스크린에 가사를 띄워주어 다행이었다.

예상치 못한 부모님들의 노래를 들은 어떤 여자 아이들은 살짝 눈물이 맺혀 손으로 닦기도 하고

어떤 아이들은 왠지 쑥스러워하는 모습이었다. 짧았지만 참 의미 있는 순간이었다.

나도 너희들에게 ‘이 세상의 좋은 것 모두 주고 싶어’라고 크게 불러보려 했지만 뭉클함이 더 컸던지 목소리가 안 나와 혼났다. 그럴수록 눈에 힘주고 침도 삼켜가며 애써 부르려 했지만 립싱크만 하고 말아 버렸다.


마지막으로 같은 반 친한 친구들과 담임 선생님 그리고 가족셀카로 기념사진을 남기며 화창한 겨울날 졸업식을 마무리했다.

아! 졸업식의 꽃은 뭐니 뭐니 해도 짜장면이지.

난 수업을 하고 점심까지 먹고 오는 둘째를 기다려야 했기에 집으로, 아빠와 아들만 오붓하게 짜장 짬뽕 탕수육 삼종세트를 먹으러 갔다. 난 집에 돌아와 후다닥 점심을 먹고 노랑 장미와 피치색 카네이션 또 연 노란 국화꽃을 화병에 옮겨주니 내 마음도 한결 화사해진 느낌이다. 확실히 나이가 들긴 든 모양이다.

예전엔 선물로 꽃을 받느니 그냥 현금이 좋지..라고 생각 했었는데 이젠 꽃을 보고 눈을 떼기 아깝다는 생각이 들 정도니까.



아, 그리고

첫째가 노래 연습하는데 이상한 가사가 있다고 하며

‘엄마 생각하면 눈물이 나… 이런 가사가 있는데 왜 눈물이 나는 거야'라며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래, 너희들이 그 맘을 알기엔 아직 어리지.

군대를 가봐야 그때서야.

왜 인지 기다려진다. 아들아.

우리 건강만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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