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by 글린트

짙푸른 색 깃털이 너울거린다.

깃털은 자석처럼 서로를 끌어당긴다. 어디서부터 날아오는지 모를 푸르고 반짝이는 깃털들이 커다랗게 하나로 합쳐지고 있었다.

쿵쿵쿵쿵

음악에 맞춰 거대한 깃털 덩어리가 팽창했다가 쪼그라든다.

쿵쿵쿵쿵

음악 소리가 점점 더 커진다.

음악과 푸른색 깃털이 하나로 섞인다. 그것은 이제 부드럽고 윤기 나는 유화 물감이 되어 내 가슴을 칠한다. 내 가슴에는 푸른색 점이 하나둘 쌓인다. 크고 작은 푸른 점이 가슴에, 어깨에 날아와 붙는다. 푸른 점은 점점 나를 점령한다. 깃털이, 푸른 점이 나를 채우는 것을 막을 수 없다.

쿵쿵쿵쿵

심장이 박동할 때마다 음악이 울린다.

조금 더 강하게, 조금 더 빠르게.

쿵쿵쿵쿵

심장이 더 빠르게 뛴다.

쿵쿵쿵쿵

푸른 깃털이 된 '내'가 커지고 있다. 더 커지고 더 강해지고 있다. 더 커지고 강해진 '나'를 위에서 내려다본다. '나'의 발이 바닥에 닿아있지 않음을 본다. 심장은 더 빨리 뛰고 더 커진 음악 소리에 눈이 터질 것 같다. 점점 위로 올라온다. '나'는 위로 올라와 어느새 내 옆에 자리한다. '내'가 눈을 감고 팔을 벌려서 날려는 그때 푸른 깃털이 하나 가슴에서 떨어져 나온다. 하나가 떨어지고 곧 또 하나가 떨어진다. 푸른 깃털, 푸른 물감이 몸에서 똑똑 떨어진다. 바닥에 떨어진 그것들이 서로를 끌어당기며 하나로 뭉쳐진다. '내' 몸에 있던 깃털들이 떨어지면서 잿빛으로 변했다. 둥그렇게 뭉친 잿빛 무더기. 그 한가운데에 새까만 어둠이 있다. 새까맣고 깊은 어둠 속에서 작은 소리가 들린다. 높게 웃는 소리, 무언가 깨지는 소리, 짐승의 으르렁 소리. 낯설고 소름 끼치는 소리에 '나'는 그만 몸서리를 친다. 깊은 어둠의 구멍이 조금씩 넓어진다. 구멍이 넓어지는 만큼 소리도 커진다. 위험해. 뒷걸음질 치고 싶지만, 발이 움직이지 않는다. 어둠 속의 소리는 이제 말소리가 되었다. 점점 커지는 그 소리가 '나'에게 가짜라고 한다.

가짜, 가짜, 가짜.

잿빛 어둠이 '나'에게 가짜라 말한다. 소리를 멈추고 싶다. 도망가고 싶다. 무섭고 피곤했다. '나'는 불행해졌다. 몸에 있던 모든 수분이 빠져나갔다. 다리에 힘이 풀려서 바닥에 주저앉았다.

환각의 끝에 다다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