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어트를 한다고요? <3>

본격 다이어트 활활러

by 글린트

다이어트를 시작했다.

몸무게 측정의 충격을 뒤로하고 새롭게 마음을 다잡았다.


먼저 식단.

닭가슴살, 달걀, 쇠고기, 두부를 짜지 않게 챙겨 먹고, 토마토, 사과, 고구마, 야채를 끼니마다 먹는 계획을 세웠다. 너무 배고프면 한 번씩 먹을 컵누들도 한 박스 주문하고, 곤약과 병아리콩으로 만들었다는 20칼로리짜리 다이어트 국수도 24개 대용량 박스로 주문했다.

이제 만반의 준비가 다 되었다. 시작이다!


다이어트 첫날.

아침으로 먹을 닭가슴살을 전자레인지에 데우며 토마토와 오이를 씹고 있었다.

딸이 엄마 진짜 이것만 먹는 거냐며 놀라워했다. 하긴, 농사꾼도 아니면서 고봉밥을 먹던 내가 손바닥만 한 닭가슴살 쪼가리로 식사를 대신한다니 놀랍기도 하겠지.

아들은 엄마가 푹신푹신해서 좋았는데 도대체 왜 살을 빼는 거냐며 삐죽삐죽.


마른 녀석들, 엄마의 비애를 알기나 해?


식단과 더불어 걷기 운동을 했다. 처음엔 1시간 정도만 걷다가 점차 걷는 시간을 늘려서 매일 2시간 정도, 만 오천 보를 걸었다. 허벅지와 종아리에 묵직한 근육통이 찾아왔지만 기쁘게 받아들이며 주말도 없이, 비 오는 날은 우산을 써가며 매일매일 걸었다.


그러기를 한 달여...

몸무게에 일희일비하지 않으려고 일부러 외면하던 체중계에 올라가 보고 싶어졌다. 거울에 비친 내 팔과 허리가 조금 가늘어진 것도 같고, 살 빠진 기쁨을 조금 누려보고 싶기도 했다.

처음 몸무게를 쟀을 때와 똑같이 수면 바지를 벗고 화장실도 다녀왔다. 크게 심호흡 한번 하고 체중계 위로 살짝 올라섰다. 숫자가 깜박거렸다.


......

......



체중계 수평이 안 맞는지 숫자가 이상했다. 체중계를 좀 더 편평해 보이는 자리로 옮기고 다시 체중계에 올라섰다. 깜박깜박.

이게 뭐지?

믿을 수가 없었다.

정말 이건 말도 안 되는 일이다.


한 달 전에 비해 0.9킬로가 빠져 있었다.

0.9킬로.

0.9킬로.

실소가 나왔다. 0.9킬로? 9킬로가 아니고 진짜 0.9킬로? 실소는 짜증과 분노로 금세 뒤바뀌었다.


내가 이거 빼려고 그 고생을 한 거야? 매일 2시간을 걸었어. 비 오는 날 걷다가 감기 걸려 고생하고, 닭가슴살이랑 달걀은 하도 먹어서 이제 내가 닭이 되어 날아갈 판이야! 그동안 남편이랑 애들이 피자랑 탕수육이랑 짜장면이랑 마라탕 먹을 때마다 옆에서 출소자처럼 두부만 먹었는데, 어떻게... 어떻게 나한테 이런 일이!


몸무게를 재지 말았어야 했다. 의지가 심하게 꺾여버렸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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