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 먹는 거 쳐다보는 게 제일 추접스럽다던데 난 매일 먹방을 봤다. 그렇게라도 음식을 접하니, 신기하게도 대리만족이 되었다.
나는 버텼다.
다이어트 의지는 꺾였지만 정신까지 놓지는 않았다. 한 달 노력한 것이 아깝기도 했고, 무엇보다 아이들 앞에서 엄마 다이어트한다고 힘주어 말했던 것이 마음에 걸렸다.
아이들도 이제 보는 눈이 생겨서 내색은 안 해도 부모에 대한 평가를 속으로 다 하고 있을 터였다. 근데 엄마가 한 달 만에 다이어트 포기 선언을 하고 다시 예전으로 돌아간다면... 앞으로 엄마가 하는 말에 힘이 실릴까?
아이들은 부모의 등을 보고 자란다지. 그 등의 소유자가 의지박약이라는 사실은 결코 들키고 싶지 않았다.
이 정도에서 포기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생각이 거기까지 미치자 어차피 시작한 이놈의 다이어트. 죽이 되든 밥이 되든 해내야만 했다.
0.9kg이라도 빠진 건 빠진 거고, 이제 남편보다 가벼운 것도 사실이니(0.7kg 덜 나간다.) 겨자씨만 한 성과는 낸 것 아니던가.
그래 계속해보자, 까짓 거.
몸은 솔직하니까 결국, 하는 만큼 되돌려 주겠지.
옷을 바꿔 입고, 선크림을 발랐다.
선글라스도 끼고 문 활짝, 출발.
매일 걷고 또 걸었다. 정해둔 식단 외의 음식은 입에도 대지 않았다. 이때부터는 체중도 일주일에 한 번씩 쟀다. 그때부터 몸에 변화가 생겼다. 체중 감량에도 어떤 임계점이 존재하는지, 그전과 똑같은 루틴으로 지내는데도 갑자기 일주일에 1~2kg씩 체중이 줄어들기 시작한 것이다. 몸은 힘들었지만 기분은 좋은 매일매일이었다.
그렇게 한 달 반째 되던 어느 날,
시어른들께서 2박 3일로 놀러 오신다고 하셨다.
멀리서 기차를 타고 오시는 두 분을 모시러 역으로 마중 나갔다.
“어머님, 아버님. 오시느라 힘드셨죠?” 하는데 아버님이 “어?” 하신다.
“왜 그러세요, 아버님?”
“아니, 큰애야, 살이 왜 이렇게 많이 빠졌어?” 알아보시다니!
어머님은 한술 더 뜨신다.
“어머 얘, 어떻게 된 거니, 너 너무 말랐다.”
“어머, 호호호. 아니에요, 어머니. 별로 안 빠졌어요. 호호호” 이미 나는 구름 위를 걷고 있었다. 그동안 듣고 싶었던 말들을 생각지도 못한 두 분께 다 들었기 때문이다.
너무 말랐다,
좀 먹어라,
이제 다이어트 그만해라. 등등...
목표 체중까지 2kg이 남아 있는 시점이었는데 탄력이 붙어서 힘들이지 않고도 한 달 만에 4kg을 감량했다. 결혼 전 아가씨 때의 몸무게로 돌아간 것이다.
다이어트 종료.
먼 미래로만여겨지던 다이어트 종료 시점이 드디어 내게 온 것이다.
무더운 여름, 팔뚝 때문에 못 입던 민소매 원피스를 마음껏 입었다. 엉덩이를 가려야 해서 고집하던 긴 티셔츠는 이제 거들떠보지도 않는다. 허리춤에서 끝나는 상의가 유행이니 그것도 사서 입고, 딸 주려고 샀다가 마음에 들지 않아 하는 재킷도 내가 입는다.
되는 것 없는 옷장 앞 패션쇼가 이제는 열리지 않는다.
살이 찌고 빠지는 것으로 내 자존감을 재단하고 싶지는 않다. 언제든 다시 찔 수 있고 언제든 다시 뺄 수 있으니 살 자체에 무슨 의미가 있나. 하지만 아이들 앞에서 엄마가 의지를 다잡는 모습을 한 번쯤 보여주고 싶었다.
아이들이 무언가에 도전했다가 포기하려고 할 때 내가 해줄 수 있는 한 마디 말이 생긴 것 같아서 나에게는 이번 다이어트의 의미가 크다.
더불어, 목표를 달성해낸 나 자신에게 박수를 쳐주고 싶다.
앞으로도 이렇게 하자.
내 뜻대로 되는 일보다 안 되는 일이 더 많은 인생이지만, 그럴 때 지금의 성취감을 기억하고 한 발짝 더 디뎌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