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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이나 Aug 06. 2022

3일 만에 메인 등극, 글쓰기가 재미없어졌다

브런치 시작 3일 만에 다음 메인에 올라간 후기

브런치에 작가로 선정된 것은 3번의 실패 후였다.

3번까지는 어쭙잖게 에세이를 써보겠다며

하나의 관통되는 주제도 없이 무작정 나에 대한 글을 써서 작가 신청을 했던 것 같다.

마지막에는 직업 에세이로 방향을 바꾸고

지금의 '철밥통이라 죄송합니다'에 있는 글 두 가지를 가지고

작가 신청을 했고. 하루 만에 작가 선정 이메일을 받았다.


4수 만에 브런치에 글을 쓰는 것이 승인된 것이다.

처음에는 그 자체만으로도 기뻤다.

그동안의 실패는 내 글 실력이 부족한 게 아니라 주제가 별로였다고 애써 위로했다.


그리고 두근거리는 첫 글 발행.

첫날 귀엽고 하찮은 나의 조회수는 11.

그다음 날은 더 앙증맞은 10.

아직 내 글에 자신이 없어서 주변에 알리지도 않은 탓에

나의 브런치는 정말 나만을 위한 공간이 되었다.

하지만 괜찮았다. 누군가가 읽어주면 좋겠지만

다른 플랫폼에서는 이런 글로 조회수 1도 나오기 힘들다는 것을 알기에.

글 100개만 꾸준히 써보자는 목표로 열심히 쓰자고 다짐했다.


두 번째 글을 발행했다.

처음에 한 자릿수를 가던 조회수가

오후에 들어서자 갑자기 700을 돌파한 것이다.

이게 무슨 일이지?

알고 보니 내 글이 다음 메인의 직장in과 브런치 메인에 소개된 것이다.

그날 밤까지 조회수는 4000을 넘었다.

누구는 몇만 명도 간다는데 내 글의 화력은 그 정도까지는 아니었다.

그래도 누군가 내 글을 이렇게나 많이 본다는 게 신기했다.

브런치 시작 후 3일째의 일이었다.


야심 차게 세 번째 글을 발행했다.

브런치 인기글에는 올랐지만 화력은 그렇게 세지 않았다.

역시 그러면 그렇지. 두 번째 글의 메인 등극은 초심자의 행운 같은 거였나 보다.


네 번째 글 발행. 또 조회수가 심상치 않다.

다음 메인에 올라간 것이다.

그런데 이번 글은 조회수가 더 낮다.

'철밥통이라 감사합니다.'라는 제목이 너무 재수 없었던 걸까.

조회수는 몇백 단위에서 끝나고 말았다.




이 모든 일이 브런치 시작 일주일 만에 벌어졌다.

누군가에게는 부러운 경험일 수도, 배부른 소리일지도 모르지만,

나는 뭔가 한참 잘못 돼가고 있다는 걸 느끼고 있다.

나는 하루 종일 통계만 새로고침 하기 시작했고,

어떻게 하면 다시 다음에 노출될 수 있을까 궁리만 하고,

아침에 눈을 뜨면 빨리 글을 완성해야 된다는 강박에 사로잡힌 나를 발견했다.



나에게 글쓰기는 놀이이자 취미였다.

내 안에 있는 복잡한 생각들을 끌어내는

해방의 창구였고, 위로의 수단이었다.

노트북을 친구삼아 밤새도록 밀린 수다를 풀어내는

그런 것이었다.


그런데 누군가에게 보여지는 글쓰기,

누군가를 의식하는 글쓰기를 하고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됐다.

나에게 글쓰기는 일이 돼버렸고,

일정 이상의 퀄리티를 유지해야 된다는 짐이 되어버렸다.

아직 작가라고 불리기에도 버거운 초짜가

너무 많은 조회수를 감당하려니

어깨에 잔뜩 힘이 들어가는 것이다.


브런치 시작 일주일 만에 말이다.

조회수, 그게 뭐라고.

내가 추구하는 글쓰기는 이런 게 아니었다.




브런치의 글들은 하루에도 몇 개씩 꾸준히 다음과 브런치 메인에 소개되고 있다.

자신의 글이 다음 메인에 소개되었다는 후기를 남기는 작가들도 많다.

그런데 후기 이후로 글이 드문드문 줄기 시작하다가

결국 브런치 이용을 그만둔 경우도 제법 보인다.

대형 포털 메인에 소개되는 글을 쓰던 작가들이 왜 글쓰기를 그만뒀을까?


어느 브런치 작가님의 글 제목처럼

다음 메인에 올라가도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일에 호들갑 떨고 들뜨는 건 내 마음일 뿐이다.

나의 글쓰기는 다음 메인에  올라가기 전과 후가 같아야 한다.

달라진 것은 아무것도 없어야 한다.




그럼에도,

누군가가 이렇게 물어본다면?

메인 올라가서 부담스러운 게 나아? 조회수 안 나오고 마음 편한 게 나아?


이런 물음 앞에 나는 과연 기꺼이 후자를 선택할 수 있을까?

맞다. 이 글은 조회수로 배 채운 자의 배부른 쉰 소리가 맞다.

앞으로도 나는 조회수에 울고 웃을 게 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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