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가

by 유녕

여기에 잠깐 앉아 계세요, 아버지

네, 선생님


할아버지를 병원에 모시고 온 아버지가

아버지도 못 알아보시는 할아버지와 있다


아이고, 선생님, 오래간만입니다.

아버지, 일어나세요, 약 타러 가요.


어릴 적엔 호랑이보다 더 엄하셨다는 할아버지가

순한 양보다도 더 여리고 고우시다


내 아버지가 할아버지를 기억하지 못 하는 날,

나 또한 아버지의 선생님이 되어,

아버지 숟가락을 쥐어 드리고, 안전벨트도 매 드리고,

눈시울 젖을 때면, 내 얼굴에 물 떨어진다고

반나절 쥐고 계시던 그 휴지로

그 물, 닦아 주시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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