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면증이 좀 과하다. 시작은 3밀리그램의 멜라토닌이었고 지금은 약사가 경악하는 정도. 일부러 수면보조제를 안 먹고 있는 요즘이다. 전등처럼 내 의식도 껐다가 켰다가 했으면 정말 좋겠는데... 예전엔 불면증이 원망스럽지 않았던 때가 있었다. 출근이 자유로워서 늦게 잠이 들어도 내일을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나름 프리랜서였다. 그때는 머리맡에 재미있는 생각이 오거나, 뭔가 떠오르면 불을 켜고 시를 썼다. 다음 날에 읽으면 유치하거나 창피하거나인데, 그래도 뭔가 홀린 듯 글을 쓰는 게 즐거웠다. 눈치챘겠지만... 다 과거형이다. 거주지가 달라졌고, 직업도 바뀌었다. 내성이 생겨 크게 반응하지 않는 솔방울샘이 참 야속하지만, 더 이상의 추가 용량은 없다는 각오로 이리 뒤척 저리 뒤척 사투 중이다.
그끄저께였나, 어김없이 불면증과 씨름하던 중, 문득 생각해봤다 미래의 모습을. 처음에는 닥터 후처럼 홀로그램으로 옷을 비춰주면 재밌겠다 생각했다. 그러다가, 자본주의의 그림자에 금세 우울해졌다. 수많은, 화려한 디자인을 또다시 시시각각 광고할 것이고, 헛웃음이 나오는 굴지 회사의 디자인에 내 '빈' 주머니를 실감하고 지금처럼 실소하겠구나 싶었다. 어쨌든 자본주의는 시각화하기를 좋아하니까.
여기까지 생각이 미쳤을 때, 돌연, 애초에 뇌신경의 지배로 우리를 결국 속일 수도 있겠다는 가정을 해봤다. 이 단계로 가니 결국 매트릭스가 결론이었다. 영화 Wall-e에서의 미래의 인류나, 더 비참해 보이는 매트릭스의 상황은, 지금 기술의 선두에 있는 초인(?)들을 무작정 선망할 수 없게 한다. 물론, 이건 어디까지나 잠이 안 와서 해본 쓸데없는 상상일 뿐이다. 술 마시면서 떠들 수 있는 우수갯 소리 정도의 가벼운 안주 정도라 해두자.
Wall-e의 내 후손들. 출처:http://apologetics-notes.comereason.org
이제 2달이 지나면 2020년이다. 미래고 나발이고, 나는 자야 한다. 자야 하는데... 공부를 안 해도 되는 오늘 밤을 이렇게 보내기엔 너무 아쉽다. 오늘도 한 번 더 무식해지기로 하고, 난 2시까지 영화를 볼 것이다. 이 글을 읽는 당신은 좋은 꿈을 먼저 꾸기 바람이다. 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