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mista
오늘의 날씨, 우중충함의 최고. 집에서 뭔가 벌리기에 최적의 일기日氣이다. 오늘은 이미 예고한 대로 그리스 음식이다. 내 경험으로 그리스 음식이라면 무사카moussaka가 전부인데, 검색창에 빈도가 높은 음식이며, 시도해보기 쉬워 보이는 게미스타Gemista를 도전해보았다. 게미스타는 stuffed라고 한다. 이서진 씨의 말로 빗대자면, 백숙에 든 찹쌀 같은?
그리스인들도 한국인 못지않게 쌀을 좋아하는 민족인 거 같다. 쌀. 나는 어느 나라 쌀이건 식감이 주는 재미에 가리지 않고, 아무거나 사서 쟁여둔다. 캐나다에도 인도나 중국에서 온 이민자가 많기에, 자주 접해보지 않은 쌀이 눈에 띄는데, 예산을 넘지 않는 한도에서 즐겁게 충동구매하고 있다. 다행히 캐나다에선 쌀이 싸다.
벌써 다음 두 국가를 부엌으로 초빙했기에(아직 안 알려줌, 밀당 중) 느끼는 것이지만, 자주 등장하는 식재료에는 그들의 기호나 문화가 보인다. 이번 요리에선, 한 접시에 각종 채소가 들어가는 걸 보고, 갑자기 그리스인도 아닌, 체코의 예술가, 알폰소 뮈샤가 떠올랐다. 뭐가 이렇게 다양하고, 아기자기 하지?
나는 주방에 파프리카가 다라, 여기에서 그쳤지만, 같은 이름의 음식을 사람마다 양파나, 토마토, 애호박 안에 쌀을 채워 넣는다. 아쉽게도 난 저 방울토마토가 다라 이번엔 양보했지만, 다음번엔 주먹만한 크기의 토마토에 꼭 채워 넣기로 한다.
각설하고, 접시에 담은 게미스타는 너무 예뻤다. 그런데, 맛도 착했다. 밥엔 이미 양파, 마늘, 토마토, 파슬리, 딜, 타임이 들어가 있어 적당히 향긋했고, 함께 곁들이는 감자도 오븐에서 익는 동안, 채소에서 나오는 즙으로 익혀져 한층 감칠맛이 돌았다. 특히나 쌀이 관건. 파프리카 안과, 밖의 쌀의 식감이나 맛의 농도가 다르다. 오븐에 1시간을 있다 보니, 파프리카 밖의 쌀들은 살짝 누른감이 있는데, 그래서 더더욱 맛있고, 파프리카 안은 '이래서 안에 치즈를 넣는구나'싶을 만큼의 1% 부족함을 느꼈다. 다음엔 그리스 치즈인 페타 치즈를 곁들이거나, 애초에 조리할 때 안에 넣어보기로 한다.
이 음식의 포인트는 라자냐와 같다. 당일보다는 다음날이 더 맛있다. 시간이 만들어 내는 마술. 앞으로 게미스타를 할 때는, +1일을 생각하기로 한다. 내 부엌을 방문할 친구들을 위해, 꼭 전 날에 만들어 놓을 것. 이제 곧 저녁시간이다. 콜리플라워가 진열 기간이 지나 반값 세일을 하는 바람에, 결국 어제 집어 집에 왔다. 그래서 난 오늘 다시 네팔로. 다들 맛저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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