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락 파니에/달 카레/비리아니
안녕 인도? 잘 지내고 있니? 여행으로 들 많이 가는 인도를, 그 신세계를, 나는 관광 목적이 아닌, 세상 빡센 요가 강사 코스를 밟기 위해 다녀왔다. 한 달간의 혹독한 훈련은 실보다 득이 많았지만, 첫 사나흘이 너무 고돼서 밤에 몰래 울었던 건 너와 나의 비밀. 머물던 숙소엔 에어컨 대신 덜덜거리며 도는 훈풍의 선풍기가 다였으나, 설마 이수하지 못하고 떠나게 될까 봐 하는 불안과 두려움을 원동력 삼아, 40도 안팎의 더위도, 모기도 모르고 지냈다.
불의 의식을 하는 마지막 날, 나는 인도에서 처음 웃었다. 남은 300시간은 인도가 아닌, 캐나다에서 끝내는 걸로. 하지만, 다시 가고 싶다. 그때의 추억을 되새기며, 풀벌레 소리랑 느릿한 소들과 같은 차도를 또 한 번 걷고 싶다.
이젠 슬슬 음식을 소개해볼까나. 아래의 음식들은 인도의 아주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먹느라고 사진을 못 찍은 경우도 있어서... 말살라 라이스나 차나는 다음 기회에. 첫 번째 소개할 음식은 팔락 파니에palak paneer이다. 팔락은 시금치, 파니에는 인도식 치즈를 일컫는다. 난 파니에가 당연히 없었다. 그래서 대체 식품인 코티지치즈를 썼는데, 아마 눈을 크게 뜨고 잘 보면 하얀 치즈 덩이가 보일 것이다.(착한 사람들 눈에만 보인다.) 팔락 파니에를 만들고 나서 시금치가 변색이 되지 않고 푸릇푸릇한 게 참 신기했는데, 아쉽게도 내 사진은 당일이 아닌 다음 날이라 그 영롱한 푸릇함을 잃었다. 맛은... 나에게 별 감동은 없었으나, 그래도 시금치가 남는 날에 한 번 정도는 더 해 볼, 이색적인 카레이다. 참고로 곁들인 빵은... 조그맣게 만든 프레첼이다.
아래의 달 카레Dal Fry Toor는 어땠는지 기억이 전혀 안 난다. 렌틸이 넘쳐서 처리하려고 보니 만들었는데, 인도 카레 치고는 향신료가 정제된 느낌이라 누구든 무난히 도전해 볼 만하다. 난 이제 큐민이나 코리엔더(고수과)가 두렵지 않다. 일단 이 두 향신료 관문을 통과하면 우리 모두 어느 카레나 즐길 수 있다.
오늘의 마지막 주자, 비리아니Biryani. 또 처음 먹어보는 음식이다. 근데, 이름이 굉장히 마음에 든다. 비리아니, 비리아니, 어르신들이 정수물 떠 놓고 기도를 올리셨던 주문 같다. 비나이다 비나이다... 비리아니는 두 개의 유튜브 채널을 동시에 틀어 반반씩 참고해서 만들었다. 간단히 조리법을 소개하자면, 하나, 분량의 요거트에 필요로 하는 향신료를 넣고, 채소를 넣어 20분간 재어둔다. 둘, 사진상으로는 전혀 보이지 않지만... 넉넉히 기름을 붓고(두르고가 아닌, 붓고!) 얇게 썬 양파를 튀겨 양파칩을 만든다. 셋. 불린 쌀을 계피와 카다몬을 넣고 끓여 절반만 익혀 채에 받쳐 쌀을 따로 분리해둔다. 넷, 양념으로 재어둔 채소를 양파칩과 함께 볶는다. 마지막으로 쌀을 볶은 채소 위에 덮고, 12분간 약불로 둔다.
들어간 향신료를 알기에 맛이 거기서 거기겠지 했는데... 착각이었다. 너는 뭐니? 뭐지? 그냥 맛있다. 또 한 번 인생 레시피를 발견한 순간이다. 두 주걱을 퍼서 허겁지겁 먹다가, 세 주걱째에 드디어 음미하며, 마침내 이뤄진 비리야니와의 조우에 감사하며 마지막 한 톨도 싹싹 긁어먹었다. 쌀, 냉동 채소 모음, 양파가 다였으나, 가히 성대한 만찬이었던 나의 저녁이었다.
살아있음을 찬미하며, 이만 총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