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까지의 축제

by 유녕

어제까지의 축제

에서 버려진 어느 가에

편린의 흔적들을 이젠 치워

주겠소. 사는 동안 전구처럼 껐-

다 켜보고 싶었는데, 이젠 그마저 지켜

줄 수 없는, 약한 마음에 당신께 고해하고

집으로 돌아갈까 합니다.

제법 축축한 기운에 부르르 떨어

보며 대신 내 차례의 눈물을 피해보오. 이렇-

게 참아오며 산 흔적이 벽마다 긁혀있을 줄

몰랐는데, 오늘 그리 보게 되니, 서글퍼 그냥

지나치고자 했던 편의점. 내 뒷모습으로 무장한

냉장고 문을 열어보오, 차고 찬 캔마다, 병마다

얼마 되지 않는 내 온기를 기다리고 있으니, 이-

반가움에 캔을 골라 축이고, 그 자리에 앉아보오.

짝을 지으며 지나가는 행인들에게 미친 여자로 보여도

오늘은 괜찮다고 일러주오. 그리고-

우리의 이별을 난 치사하게 또 한번 시로 만났으니

이별은 정말 이별 안 되는, 내 것도, 네 것도 아닌 것 같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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