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라 쓰고 그리스라 읽는다: 치킨 팟 파이
오늘은 토요일. 외출 자제령으로 내가 밖을 못 나가니, 봄기운 가득한 햇볕과, 하늬바람이 친절하게 집 안까지 들어오셨다. 마음이 평온한 주말의 시작에 감사하다. 당신의 아침에도 건배를.
카페인에 취해 오늘의 글을 시작해본다. chicken pot pie는 당연히 치킨을 넣고 만드는 파이다. 미국인 John 셰프에게 유튜브로 배웠기도 하고, 캐나다 지역에서도 자주 보는 메뉴라 당연히 북미 음식이라고 여기고 있었는데... 설마 하고 검색해봤다가 구글이 교정해줬다. 그리스 음식이라고. (적잖이 당황) 그... 래서... 오늘은 미국이라 쓰고 그리스라 부르겠다. 내 배우자마저 미국 이민자들이 영국의 페스티pastie를 변형해 만든 음식이라고 믿고 있는데... 너나 나나...
내가 만든 채소 팟 파이chickless pot pie는 파이 크러스트pie crust만 만들어 두면 일단 참 쉽게 끝나는 손님 대접용으로도 폼나는 음식이다. 아무리 맛있어도 여러 번 연달아 먹으면 질리니까... 나는 머핀 틀에 만들어 냉동고에 보관해 그때그때 꺼내 먹는다. 파이 안의 내용물의 맛은 흡사 캠벨campbell사의 통조림 수프와 비슷하다. 굳이 만들기가 귀찮으면 파이 크러스트만 만들어서 캔 수프를 넣어도 되고, 하물며, 파이 크러스트도 생략하고 나처럼 바게트 빵이나 식빵을 찍어 먹어도 된다. 아님 애초에 조금 싱겁게 해서 수프처럼 먹어도 좋다.
짧게 조리법을 설명하자면, 양파를 썰어 볶다가 밀가루와 버터를 넣어 루를 만들고, 채수와 우유를 넣고 끓이다가 다 익힌 삶은 채소(감자, 당근, 샐러리, 완두콩)를 넣으면 된다. 그 후 준비한 파이 크러스트에 충전물을 넣고 오븐으로 구우면 완료. 내 영국인 친구에게 대접하니, 심지어 뉴욕도 L.A.도 다녀왔음에도, 이 음식의 존재 자체를 모르고 있었다. 역시나 페스티랑 비슷하다 하면서 접시를 비우는데 참 재밌었다. 근데... 어쩌지? 친구야 미국 음식 아니래... 너도 당했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음은 디저트! 초콜릿 생일 케익chocolate birthday cake... 이 음식의 기원이 무슨 의미가 있으랴. 생일날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구웠을 애초에 그 누군가의 시작이 있었다고 하자. 하하. 이 케이크의 꾸덕함이 사진으로 보일지 모르겠다. 나름 2층에 중간 아이싱까지 있는 (사악한 열량 폭탄의) 푸짐한 초코 케이크이다. 다만 나처럼 늦은 오전에 일어나는 사람이라면 생일 친구에게 전해주려면 생일 전 날에 만들어야 한다. 별 거 아닌 듯 보이는데, 일단 시작하면 은근 손이 많이 간다. 작명을 잘했다. 생일이니 망정이지, 평소에 자주 하기에는 좀 귀찮다.
이 케이크의 절반은 냉동고에서 대기 중이다. 본 김에 오늘 중에 디저트로 한 조각 먹어야겠다. 브라우니와 스펀지 케이크의 중간쯤 되는 촉촉함. 난 원래 케이크를 베이킹하지 않지만, 이걸 하고 나서 많이 놀랬다. 나도 케이크를 만들 수 있었구나 하는. 앞으로 기념일 전날에 이 친구를 굽고 있을 거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