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띠야
겨울이라 그런지 요새는 할머니께서 자주 해주시던 김치 무찜을 일주일에 8일을 먹고 있다. 과장 좀 보태면 장을 볼 때마다 빠짐없이 무를 사서 항상 무찜을 할 채비를 한다. 다행이다 건강한 것에 꽂혀있어서. 우연히 만든 지 2년 지난 깍두기가 있는 걸 그저께 발견하고, 어제 또다시 김치 무찜을 했더니... 내 부엌에서 김포 외가댁 냄새가 났다. 의도치 않게 우리 할머니만 낼 수 있는 요리 냄새를 제법 흉내 내며 사는 나를 보니 코끝이 찡했다. 이래서 피는 못 속이는구나. 할모니 사무치게 사랑하오.
오늘 재탕하는 국가는 또띠야의 나라, 스페인이다. 종종 해 먹는 음식인데 이제사 또띠야로 글의 소재를 쓰지 않고 있음을 뒤늦게 알아챘다. 이런 맥락에선 3년 묵힐 뻔한 내 깍두기와 중첩된다. 오늘은 그런 하루인가 보다: 등잔 밑이 어둡다.
조리 방법은 쉽다. 물론, 스페인식으로 감자와 양파를 사용하지 않았다. 부엌에서 점점 싱싱함을 잃고 있는 릭 leek과 점점 어두컴컴해지고 있는 버섯을 해결해야 했으므로 버섯과 릭 그리고 냉장고에서 나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던 할루미 치즈를 사용했다. 계란물을 붓기 전에 들어가는 채소나 버섯을 익혀야 하므로 의외로 넉넉한 조리 시간이 주는 여유가 있는 음식이 아닌가 싶다. 버섯이 익기를 기다리면서 계란을 풀고, 또다시 변형, 나는 우유 대신 물을 사용했다. 물 양이 관건이다. 이미 제 역할을 다한 반으로 갈라진 달걀껍질을 계량컵처럼 이용한다. 혹시 도전하실 분을 위해 기록을 남긴다. 달걀 세 개에 들어가는 물/우유 양은 (반쪽) 달걀껍질로 한 번 채운 물이다.
할루미와 버섯, 릭이 익어갈 때 즈음 계란물을 부어 중간 불에 타지 않게 또띠야가 익기를 기다린다. 양면이 익으면 식사시간 시작이다. 사진에서 중앙이 노릇노릇해 보이는 이유는? 정답. 할루미 치즈이다. 계란과 치즈의 만남이니 맛없기가 참 힘든 조합이다. 나는 후추 외에 다른 간을 안 한 상태라 케첩이나 HP소스와 곁들였다. 감자의 빈자리가 그리울 즈음 아침이나 저녁에 출출할 때 먹는 호밀 Rye 브레드를 꺼내 오픈 샌드위치로 먹어 봤다. 참고로 스페인에서는 바게트 빵과 곁들인다고 한다.
멈추기 힘들었지만 같이 사는 남자와의 의리를 지켰다.
Cover Photo by richard hewat on Unsplas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