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

시나몬 롤

by 유녕

나는 계피가 좋다. 장거리 비행을 할 때 드라이 샴푸를 만들어 쓰곤 하는데, 굳이 러쉬에 가지 않아도, 부엌에 있는 베이킹 소다에 계피를 섞으면 된다. 자작나무 껍질은 우리에게 아스피린을, 계피는 거부하기 어려운 향과 맛을 선물했다. 갑자기 글이 다큐로...


북미 지역에서는 시나몬 롤을 sticky(끈적끈적한) bun이라고 하는데, 그도 그럴 것이 베이킹 팬 바닥에 설탕을 깔아 도우 한 면이 묽게 캐러멜화 되기 때문이다. 북유럽 메인 요리로는 도통 채식주의자용 레시피를 찾을 수가 없어서 포기하고 있었는데, 앞으로는 디저트로라도 때워야겠다: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그래서 오늘은 스웨덴의 디저트라는, 하지만 영국에서도 캐나다에서도 수월찮게 봤던 시나몬 롤이다. 예전에 셰프 좐의 레시피대로 시나몬 번을 해봤으나 발효를 제대로 못 시켜 실패했던 기억이 있다. 발효는 온도가 생명인걸 뼈저리 알기에 이제는 국소용 전기 찜질기를 사용해서 실패 없이 빵을 만들고 있다. 우헤헤. 겨울이라 확실히 실내온도가 낮아 발효 시간이 두 배는 더 걸린다. 기다림 후에, 예쁘게 봉긋 몸을 부풀리는 너희들이 곱디곱구나.

IMG_4487.JPG 시나몬 롤

빵이 구워지는 동안에 크림치즈 아이싱을 만들까 생각했지만 있는 그대로, 지금도 환상이다. 저번 주에 동네 유명한 빵집에서 시나몬 롤을 사 와 먹었는데, 오늘 또 이렇게 빵집에 안 가도 되는 이유가 늘었다. 특히나 시나몬 롤은, 오늘과 같은 코 시큰한 겨울날, 집 안을 덥혀주는 오븐의 열기와 빵이 구워지면서 부엌에서부터 퍼지는 계피향이 오감을 만족시켜준다. 쓰릉한다, 계피!


촌평하자면, 버터와 계피의 향으로 후각은 게임 끝. 설탕이 굳어 바삭한 식감과 버터를 머금은 빵의 부드러움에 할 말을 잃고 그냥 먹게 된다. 이성을 잃지 않게 정신을 차리고 먹어야 멈출 수 있는 맛이다. 세상의 맛있는 것들은 왜 때문에 열량과 비례한 것이냐!


내일은 이브, 이젠 제법 명절 느낌에 기분도 덩달아 들뜬다. 명절의 하이라이트가 명절 음식이듯 내일부터 오븐이 바빠질 예정이다. 내일은 같이 사는 남자와 내가 좋아하는 치킨 없는 팟 파이를 만들 것이다. 크리스마스에는 우리가 이구동성으로 찾는 치미창가와 타코로 만찬을 즐기기로 했다. 언젠가부터 크리스마스에는 멕시코 요리를 해 먹는 걸 우리만의 전통으로 만들었다. 멕시코 없었으면 어떻게 살았으려나...


가족 혹은 연인과 함께, 모두 즐거운 성탄 보내시길! Merry Xmas!


Cover Photo by karolina grundin on Unsplash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스페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