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roppkaka
설거지를 끝내고 커피 한 잔을 내려 한 숨 돌리는 중이다. 보기에 딱히 끌리지 않았는데, 크리스마스이브이니까 먹어보지 못 한 이색 요리를 해보기로 했다. 시나몬 롤에 이어 스웨덴식 감자만두를 해보았다. 영어로 만두는 대부분 dumpling이라고 한다. 심지어 애칭으로 덤플링이라 칭하기도 하는데, 그것을 몰랐던 나는, 어느 날 도련님이 나에게 덤플링이라고 불렀을 때, 속으로 '내가 살이 좀 붙었나?'싶었다. 하지만 캐나다 문화적 특성상 노골적으로 외모를 지적하지 않기에 의아해서 왜 나에게 만두라고 부르냐고 하니 애칭으로 쓰이기도 한다고 일러줬다. 이렇게 아는 표현 하나가 늘었다. 난 너의 덤플링.
스웨덴식 발음을 써보고 싶었으나 스웨덴도 프랑스 못지않게 r 발음이 어렵게 들린다. 흡사 불어 발음 같기도 하고, 들리는 대로 표기하자면 [크홉까악가]인데, 나중에 놀러 가서 그 진위를 밝히기로 하고 오늘의 요리를 소개해보자. 만드는 게 너무 쉬워서, 심지어 맛도 딱히 튀지 않고 무난하니 자주 해 먹어도 좋겠다 싶다. 으깬 감자에 준비한 소를 넣고 동그랗게 빚어 끓는 물에 두둥 뜰 때까지 삶는 게 다다. 만두소는 양파(난 양파가 없었기에 릭 leek으로)와 돼지고기(나는 콩고기)를 볶다가 올스파이스 향신료만 넣으면 된다. 올스파이스는 정향 clove과 언뜻 비슷한 맛인데, 그래서인지 향이 세다. 돼지고기 잡내를 없애려고 쓰나 싶은데... 일단 처음은 그 민족들이 먹는 대로 흉내 내 보고 싶어서 겁 없이 분량대로 했다. 난 좋았는데, 은근 호불호가 나뉠 맛이다. 물론, 돼지고기와 하면 또 다른 풍미겠지만...
역시나 익힌 감자 반죽을 빚기란 참 어렵다. 슬라임에 익숙해진 세대들은 재밌어하면서 이 만두를 만들지 않을까 문득 생각이 든다. 감자 옹심이가 쫀득한 맛이라면, 이 녀석은 바로 녹아내리는 부드러운 찐빵 느낌이 난다. 영상을 다시 보니 녹인 버터를 위에 살짝 뿌리는데... 이미 만두들은 내 뱃속에 있으므로, 녹인 버터는 아쉽지만 다음 기회에. 추수감사절이나 크리스마스에 북미에서 명절 음식에 크랜베리 소스를 함께 하듯, 스웨덴 사람들은 링건베리(lingonberries) 소스를 곁들여 먹는 것 같다. 한국말을 찾아보려고 하니 사전엔 나와있지 않다. 맛은 크랜베리 보다는 덜 시큼하면서 조금 더 달다고 한다. 맛있다는 얘기ㅋㅋㅋ 캐나다에서도 자란다고 하는데, 난 아직 못 먹어 봤다. 산악지형에 난다고 하는 걸 보면 동부보다는 서부 쪽에 더 익숙하지 않을까 싶다. 나는 크랜베리 소스가 없기에, 비트루트 피클과 곁들여 먹었다. 비트루트 피클도 시큼 달달해 썩 잘 어울렸던 조화가 아닌가 싶다.
감자는 뭘 해도 다 되는 식재료인가 보다. 어제 난 분명 저녁으로 감자튀김과 비욘드 버거를 먹었거늘 오늘 또 먹어도 질리지 않는 무서운 녀석. 산처럼 쌓인 설거지는 덤이다. 점심이 소화가 돼야 저녁을 조리할 텐데 곧 오후 5시가 될 마당에 낮잠을 자기에도 애매하고, 배가 불러 요리를 하기도 귀찮은... 그저 배가 부른 날이다. 햄볶하다. 모두 따뜻한 크리스마스 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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