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나이모 바
매년 크리스마스에는 디저트로 느나이모 바(nanaimo bars)를 만든다. 미국과 마찬가지로 캐나다 지역 이름에는 원주민들이 부르는 명칭이 고스란히 존재한다. 느나이모 역시 캐나다 원주민 말이다. 벤쿠버가 있는 BC도에(캐나다는 미국처럼 주state를 쓰지 않고 한국처럼 도province를 쓴다) 느나이모 시市가 있다고 한다. 내가 사는 곳 근처에는 스쿠두와 벅투스라는 지명이 그들의 언어에서 유래한다. 하지만 5년 동안 단 1명의 원주민 동료를 만난 게 다라 이 근방에는 도통 원주민 친구들을 보기가 어렵다. 왜 이야기가 그쪽으로 흘러가니?
이브에 일찌감치 요리를 시작했어야 하지만 캐롤을 들으면서 기부니가 너무 들떠 크리스마스에 먹을 음식을 어제 저녁에나 되어서야 시작했다. 느나이모 바는 다 좋은데 만들기가 살짝 조금 많이 귀찮다. 사진에서 보이듯이 층이 세 개라 공정에 은근 손이 많이 간다. 이것이 내가 베이킹을 잘 안 하는 이유다. 하하하.
간략히 소개를 하자면, 맨 아래층은 대부분의 파이쉘과 같이 빻은 다이제스티브 쿠키와 코코넛 가루, 코코아 가루, 버터가 들어간다. 두 번째 층을 만들기 전에 냉장고에 넣어 아래층을 굳혀야 두 번째 층을 펴 바를 때 나처럼 고생을 안 할 수 있다. 두 번째 층은 쉽게 빗대자면 커스터드 맛 아이싱이라고 생각하면 되겠다. 버터와 분말 설탕, 그리고 커스터드 파우더가 들어간다. 생크림 2스푼을 넣어야 했지만 완망, 완전 망각했다. 맛은 그다지 차이가 없으므로 괜찮.(그렇게 믿어야 맴이 편하다) 두 번째 층을 만들고 다시 냉장고에 두어 굳을 시간을 준다. 세 번째 층은 커버쳐 초콜릿을 녹여 붓기만 하면 된다. 서늘한 우리집 실내온도에 초콜릿이 금세 굳어버려 반듯한 표면을 못 만들었다. 맛에는 크게 영향이 없으므로 이것도 괜찮.(명절이니까 관대하게 넘어가기)
느나이모 바와 아메리카노 한 잔이면 진정 크리스마스를 보낸 게다. 이 녀석은 보기만큼 열량이 사악하다. 그래서 일 년에 한 번이면 족하다. 두 번, 세 번은 내 육신에 대한 배려가 아니다. 사계를 마무리하는 통과의례로 치면 참 달콤한 마무리가 아닌가 싶다. 겨울철엔 캐나다 코스트코에서도 부담되지 않는 가격에 팔고 있다. 특히나 들어가는 재료로 따지면, 그냥 사 먹는 게 더 저렴... (한숨) 하다.
언젠가 캐나다에 모꼬지 오면, 느나이모 바 꼭 드셔 보시길.
Cover Photo by Lesly Derksen on Unsplas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