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banoffee pie

by 유녕

예상 강설량이 30cm라더니 바람은 덤, 아침부터 지금까지 눈이 오고 있다. 2주 동안 장을 못 본 터라, 눈을 뚫고 월마트로 장을 보러 다녀왔다. 눈이 오래간만에 많이 와서 눈사람을 만들어 볼까 했는데, 에이 눈이 틀렸다. 잘 뭉쳐지지 않는 눈이라 꽝, 다음 기회에.

IMG_4557.JPG 우리 앞 집

장을 보고 저녁으로 만두를 쪄 먹었다. 일부러 상추를 사서 만두를 싸서 먹었다. 보통은 만두를 교자 만두처럼 조리해서 상추에 싸 먹는데, 그도 그럴 것이, 상추의 아삭함에 느끼함도 덜 하고, 식감이 배가된다. 혹시 라자냐를 먹는 날이라면, 눈 한 번 딱 감고, 상추에 싸서 먹어보기를 권한다. 나도 친구가 상추를 씻어와 라자냐를 싸서 먹어보라 할 때는, '이 돌아이야'라고 놀려댔다. 그런데, 한 입 먹고 신세계, 더 이상 구세계로 돌아가지 못한다.

IMG_4547.JPG 쓰촨 성 스타일로 빚은 만두

눈치챘는가? 만두 모양이 조금 다르다. 여기선 동그란 만두피를 구하기가 어렵다. 만능 유튜브를 보면서 네모난 만두피로 7가지 모양의 만두를 빚는 걸 봤다. 인간의 상상력이란 역시... 7가지 중 쓰촨 성 스타일이라는 이 모양으로 빚어봤다. 신정에 마침 당면도 없고, 넘쳐나는 쌀국수를 불려 당면 대신 사용했는데, 식감이 참 재밌다. 맛있다는 얘기다.


두둥. 드디어 본론이다. 오늘은 우연히 유튜브의 레시피 세계를 탐험하다가 영국에서는 정작 보지도, 먹어보지도 못한 디저트를 소개하려고 한다. 이름하여 banoffee pie. 이 합성어의 ban-부분은 바나나에서 따온 것을 짐작하겠으나 -offee는 토피toffee인가? 아니면 말랑께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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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찍을 때마다 손이 떨린다. 혹시 나 너 설레니?ㅋㅋㅋ

원래는 파이답게 다이제스티브 쿠키를 부숴서 버터와 섞고 파이쉘을 만들어야 한다. 그러나 영국인 베프가 오히려 파이쉘이 없어야 더 맛있다고, 빼고 만들어 먹으라는 통에 흔쾌히 실행해봤다. (아차, 이 영국인 친구에게 물어본 결과 영국은 호박씨를 통째로 구워 먹지 않는다고 한다. 이럼으로써 나는 off the hook 영국이에게 미안해하지 않아도 된다. 혹 무슨 얘기인지 모르시는 분들은 North America 편을 참고하시기를. 하긴... 영국은 북미에서 쓰는 애칭인 pumpkin을 애칭으로 쓰지 않는 것만 봐도... tmi tmi tmi tmi tmi)


짧게 소개하자면, 한 층은 바나나, 한 층은 돌체 드 레체 dolce de leche, 이렇게 세 번 정도 반복하고 마지막으로 생크림을 위에 장식하면 된다. 맛이 있어야 하는 조합이다. 물론, 돌체 드 레체는 나도 생소했다. 저걸 어떻게 만드나 보니 연유를 오븐에 넣어 1시간 정도 구우면? 된다. 즉 연유를 캐러멜화 한다고 이해하면 되겠다. 신기하게도 그 달달한 연유가 덜 달아지는 마법을 경험하게 된다. 뿐이랴. 식감이 젤이다. 젤(루) 좋아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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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요가를 백만 번 해야 하는 이유

만들기 시작하면 5분 만에 뚝딱 완성될 수 있는 디저트계의 '내 새끼'가 아닐 수 없다. 투박한 모양과 달리 맛이, 맛이 예술이다. 너무 달지 않고 세 개의 층이 다 부드럽다. 이럼으로써, 나는 또 한 번 조카들에게 사랑받는 이모가 될 것 같다. 영국아 고마워ㅠㅠ


Cover Photo by Fergus So on Unsplas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