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타바크
봄을 재촉하는 햇볕과 바람이 분다. 마음 같아선 지하에서 인조 등으로 키우고 있는 배추며 고추며 봉선화를 볕 아래 해방시키고 싶지만, 다음 주에 또 한 차례 눈을 예보하고 있기에 끓는 이 맴을 다독이는 수밖에. 봄답게, 전공 공부할 때나 찾아 읽던 영시를 요새 읽고 있다. 캐나다로 오기 전, 교수님께서 전공으로 공부하셨다는 영시 개론 책을 중고로 사 온 건 살면서 제일 잘 한 행동 같다. 존 키츠가 로버트 번스의 시를 비평하는 대목에서는 짜릿하니 신명이 났었다. 로버트에겐 조금... 미안하지만 존이 옳았다.
봄 감상에 흠뻑 빠진 오늘은 중동지역에서도 파키스탄에서도 길거리에 흔히 찾을 수 있는 무타바크mutabbaq를 했다. 사실을 고하자면, 두 번째이다. 무타바크의 소는 만들기가 쉽다. 계란만 하나 풀어서 넣어도 되고, 아님 냉장고에 남은 채소들을 처리해도 무방하다. 양념으로 후추와 소금, 치즈로 하는 걸 보고 그대로 따라 해 봤다.
소는 정말 별 일이 아닌데, 이 피가 문제다. 처음에 한 피는 생각 이상으로 두껍게 되어서 도전정신을 불타오르게 했다. 같은 음식만 먹을 수 없으므로, 한 주를 기다리면서 영상을 보고 또 보면서 이를 갈았다. 결과는,,,
성꽁! 터키에서도 그리스에서도 사랑받는 디저트 중 바클라바가 있다. phyllo라고 불리는 종잇장처럼 얇은 도우를 겹겹이 쌓아 시럽을 붓고, 피스타치오를 뿌려 구워 만든다. 중동의 크로와상이라고 해도 될 것 같다. 바클라바를 만드려고 운을 뗀 게 아니다. 이 무타바크도 바클라바처럼 도우를 phyllo처럼 만들어야 한다. 과연 밀대로 밀지 않고 어떻게 가능한 걸까. 답은 바로 두 손으로 도우를 당기는 데에 있다. 의외로 쉽게 찢어지지 않아서 놀랍다. 은근히 만드는 데 재미가 있는 요리가 아닐 수 없다.
"자아, 반죽님 긴장 푸시고요. 쭉~ 쭉~ 늘어지세요."
중동의 부친 만두, 무타바크를 나는 부치지 않고, 또 오븐으로 구웠다. 전 날, 기름에 튀기듯 김치전을 해 먹었으므로 양심상 또다시 기름에 무타바크를 부쳐 먹을 수 없었다. 오븐 앞에 앉아서, 무타바크가 노릇하게 익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니, 같이 사는 고양이 녀석이 조용히 옆에 앉아, '너, 뭐하니?' 하는 얼굴로 쳐다본다. 아... 설명해주고 싶다. 야옹.
Cover Photo by Billy Pasco on Unsplas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