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로바키아

halusky

by 유녕

벌써 2년이 지나간다. 브라티슬라바에 다녀온 지. 비수기에 간 터라, 관광객은 적었으나 날씨와 기후가 내 편이 아니었던 여행이라 생각나는 일화가 많다. 내가 브라티슬라바를 좋아했던 이유는 저렴한 식비에 있다. 덕분에 유럽 여행 중 통틀어 외식이 잦았던 짧고 굵은 내 이틀 여정이었다. 재미있게도 오늘 소개할 요리인 할루스키를 이번에도 어김없이 슬로바키아에서 먹어보지 못했다. 요리를 하면서 느낀 것은 간편한 가정식 느낌이 폴폴 난다. 왠지 외가에서 할머니가 해줄 법한 친근한 음식 풍이다.

IMG_5052.JPG halusky


언뜻 보면 독일에서 흔히 보이는 spatzle스파즐과 비슷해 보인다. 면/수제비 중 가장 쉬운 버전이 아닐까 싶은데, 독일식 스파즐과의 차이라면 스파즐은 밀가루와 달걀을 묽게하여 반죽물을 만들어 면을 뽑는다면, 슬로바키아 방식은 삶은 감자가 반죽의 90프로라는 게다. 그렇다 보니 먹을 때 아무래도 감자 맛이 난다는 것 정도라 하겠다. 반죽물이라 숭숭 뚫린 구멍으로 뜨거운 물에 부어 바로 익혀, 건져 내 치즈와 버터를 섞는다. 고명으로는 볶은 양파와 베이컨/햄을 먹는 걸 흉내 내어, 난 비건 고기와 곁들여 먹었다. 독일식 스파즐이 면에 가깝다면, 슬로바키아는 아주 작은 수제비의 느낌을 준다.


항상 먹어보지 못한 음식을 대할 때는 (입맛에 안 맞으면 잔반 처리를 해야 하는) 두려움과 설렘이 함께한다. 이번 요리는 두그두그두그두그, 성공적이다. 한 달에 잊지 않고 한 번은 꼭 해 먹고 싶은 건강한 맛이 난다. 치즈를 워낙 좋아하는 터라 흥건히 넣었음에도 불구하고, 감자 냄새가 나는 것도 신기하고, 자꾸 손이 간다. 이안의 말을 빌리자면 동유럽식 맥앤치즈? 마카로니의 식감 정도는 아니지만 비슷한 느낌이 있다.


요리에 정말 취미를 붙여버린 요새인데, 나에게 오랜만에(양심 찔림) 식기를 선물해줬다. [메절루나]로 발음하는데, 일반 칼은 손잡이가 하나인데 비해, 메절루나는 양 손으로 잡게끔 두 개로 되어 있다. 유럽에서는 허브를 다질 때 쓴다고 하는데, 내 주목적은 마늘과 양파일 게다. 우리 집 부엌에서 활약할 너를 기다리고 있다. 어서 온.


Cover Photo by Tomáš Malík on Unsplash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파키스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