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슬란드

skyr cheesecake

by 유녕

운동을 할까 말까 마음이 흔들리는 와중에, 소나기가 언제라도 떨어질 듯한 하늘이다. 으쯔쓰까이~ 방금 점심을 배불리 먹고 앉았다. 소화시킬 시간도 좀 벌 겸, 근래 먹은 음식을 몇 점 공유하려고 한다. 2주 전에 동네 친구와 함께 고사리를 캐러 숲 속에 다녀왔다. 구멍 난 장화인 걸 또 깜박하고 신고 나가 발이 불어왔다. 집에 와서 미련 없이 10년 동안 신던 장화와 작별 인사를 했다. 내년엔 마른 발로 다람쥐처럼 산을 타고 말리라. 어렵사리 따온 고사리의 절반은 끓는 물에 삶은 후 냉동을 시켰고, 남은 절반은 어떻게 먹을까 고민을 좀 하다가 실험을 좀 해봤다. 인도/파키스탄식의 병아리콩 튀김 물을 씌어 튀겨보았는데, 아뿔싸, 고사리 향을 못 느낄 정도로 튀김옷의 향이 강했다. 병아리콩의 고소함 때문에 (그리고 그 외의 다양한 향신료 덕에) 어쨌든 맛있긴 했지만, 다음엔 일반 튀김 물로 튀겨보리라. 이럴 때 쓰는 좋은 영어 표현이 있다: Live and learn.


아래의 사진은 오늘 점심 샷이다. 내가 팔로우하는 인스타그램의 90프로는 조리법이나 음식 피드이다. 어느 날 우연히 꽂이 대신 아스파라거스로 케밥을 한 사진을 보고, 해 먹어 봐야지 봐야지 봐야지 하다가 주말에 저렴하게 팔고 있는 아스파라거스를 사 와 만들어 보았다. 양파와 반쯤 잘려나간 피망, 할로피뇨를 잘게 다져, 비건 다짐육과 섞어 만들었다. 먹으면서 테리야키 소스를 바르고 오븐에 넣었어도 참 맛있겠구나 싶었다. 양념치킨 소스도 좋을 것 같고, 다음번엔 다양한 소스를 발라 골라먹는 재미를 더해야겠다. 할로피뇨덕에 지금 속이 좀 쓰리지만, 맛있는 한 끼에 덩달아 기분이 날아갈 것 같다. 참... 나란 단순한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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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소개할 음식은 나에겐 정말 닿기 힘든 북유럽이다. 그대, 아이슬란드! 아이슬란드 음식 중에 조금 변형을 하여 베지테리언 음식으로 만들만한 것이 있을까 폭풍 검색질을 해봤지만, 없다. 이렇게 레시피가 척박할 때는 차라리 디저트를 공략하는 게 낫다. 아이슬란드 음식을 검색하면 의외로 스키어 치즈케이크의 레시피를 쉽게 접할 수 있다. 마침 지난 주, 월마트에서 기대 없이 유제품 코너를 돌다가 skyr 통을 봤을 때, 캐나다에서 이 녀석을 조우할 줄이야 하면서 무척 기뻤다. skyr는 언뜻 보면 요구르트같이 보이지만 치즈이다. 그 묽기는 그릭 요구르트 이상의 꾸덕함이 있고, 맛은... 리코타나 마스카포네와 도긴개긴일 듯하다. 다행히 베지테리언용 스키어를 찾아 오늘의 에피소드를 무리 없이 진행했다. (행운은 나의 편)


스키어 치즈케이크는 뉴욕 치즈케이크나 바스크 치즈케이크와 달리 오븐이 필요 없다. 만들기 조차 심지어 더 쉽다. 생크림유를 사서 생크림을 만들고, 거기에 한 통의 스키어를 섞으면 된다. 설탕이라고는 고작 분말 설탕 2 테이블 스푼이 다라 먹으면서 디저트가 달지 않아, 건강해지는 맛이었다. (나랑 안 맞아요) 제철의 과일을 썼으면 딱 알맞게 달았을 텐데, 나의 냉동 블루베리는 역부족이었나 보다. 한쪽 예쁘게 잘라 단면을 보여주고 싶었지만, 이 친구의 특성상 스파츌라에 치즈케이크가 묻어나 그냥... 패쓰. 사실 친구의 귀빠진 날을 맞이하여 한 디저트였는데, 나름 이색적이었고, 맛도 썩 괜찮아 여름에 종종 해 먹을 것 같다. 무거운 열량과는 달리 식감은 무척 가볍다. 가벼운 음식은 가벼운 열량이었으면 을매나 좋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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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 Photo by Tom Podmore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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