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바니아

lakror

by 유녕

텃밭에서 공격당한 들깨의 싹을 봤다. 가끔은 자연이 인간보다 더 징하다 싶다. 이파리 하나를 남겨두지 않고 다 먹어버리면... 맛있는 건 귀신같이 어떻게 알아서. 차라리 웃어야지. 하하. 본격적으로 잔디의 계절이 왔다. 캐나다에 거주하면... 5월부터 가을까지는 이 집 저 집 잔디 깎는 기계소리가 눈이 오는 10월 말부터 봄이 되기 전까지는 눈 치는 기계소리가 또 이 집 저 집 시간차를 두고 고막을 괴롭힌다. 워낙 동네가 조용해서 잔디깎이나 snow blower 소리가 소음처럼 부각된다. 나처럼 조용한 이미지만을 연상하고 찾아오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분위기를 바꿔 오늘 흥을 돋아준 음식을 소개한다. 이름하여 lakror. 알바니아 음식이다. 9월 다시 학교로 돌아가기 전까지 <부엌에서 지구 한 바퀴>에 100회분의 글을 연재하고 당분간 쉬어가려고 한다. 물론, 저장된 레시피는 아직도 많이 있다. 다양한 국가의 음식이 고루 분포되어 있으면 참 좋겠지만 동남아 쪽도, 북유럽 쪽도, 아프리카 대륙 쪽도 내가 손을 놓고 있다. 아직까진 살아온 날들보다 살아갈 날들이 더 많기에 끈기를 가지고 천천히 찾아가 보기로 한다. 운이 좋게 얻어걸린 알바니아 음식에 나는 오늘 맥주를 반주삼아 저녁을 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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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제조 과정에서는 사진으로 기록하자는 의무감에 열심히 찍어댔다. 왼쪽에는 lakror 파이의 소 모습이다. 레시피를 찾는 과정에서 두 개가 마음에 들었는데, 한 분은 양파와 파프리카 가루를, 다른 한 분은 줄기가 있는 양파(spring onion)와 요구르트를 이용하는 것이었다. 우짜지. 따로 할까 하다가 반반으로 만들어봤다. 집에 파가 없었기에 점점 말라 가는 leek을 이용해 파를 대체했고, 이 역시 동그란 양파로 했어도 맛있겠구나 싶다. 소는 만들기가 너무 쉬운데, 이 친구는 반죽이 손이 좀 간다. 대부분의 음식이 그렇듯 만드는 노고가 크면, 보상처럼 맛있다. 난 처음으로 내 오븐이 230도까지 올라가는 걸 오늘 알았다. 보통 180도(화씨 350)에서 조리를 하는데, 라크롤(이렇게 읽는 게 맞나;;;)은 230도(화씨 480)라 고개를 갸웃하며 버튼을 눌렀고, 다행히 30년 된 오븐이 제 역할을 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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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15분을 구우면 되나, 내 오븐은 가끔 온도에 일관성이 좀 떨어져 5분을 더 했다. 6분 했으면 탔을 것 같다. 파이는 바삭바삭하게 정말 잘 익었고, 더불어 소도 바삭한 파이와 너무 잘 어울린다. 각각 한 입씩 먹어보니 적절히 짭짤하니 맥주가 간절하다. 시식은 했지만 잔반을 먼저 처리할까 하다가 결국 오늘 저녁은 너다. 파이 도우가 마음에 들었는지 배우자가 김치만두 소로 이렇게 만들어 보란다. 분명 조금 많이, 아주 많이 번거롭지만... 맛있으니까 why not?!


Cover Photo by Juri Gianfrancesco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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