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리 케이크
Product of S. Korea
(한국) 집 밖에 나와 몇 걸음이면 도착하는 동네 마트에서 아무렇지도 않게 사던 그 송이버섯을, 월마트에서 이렇게 상봉하게 될 줄이야! 한글이 찍혔어도 참 좋았을 텐데... 나는 영어와 불어를 혼용하는 도에 살고 있기에 상품명에 이렇게 두 언어가 표기된다. (외우지 않아도 항상 보이니까 불어를 무의식적으로 공부하는 셈) 룰루랄라 실한 송이버섯 두 봉을 사 와서 바로 버섯 고기를 만들었다. 버섯 고기는 친구의 친구에게 전수받은 방법인데, 말 그대로 버섯을 고기로 만드는 마법이다. 아쉽게도 찍어놓은 사진이 분간하기 어렵게 나왔으므로 다음 기회에 제대로 소개하기로 한다.
버섯 고기는 오븐으로 만들기에, 이왕 예열하는 김에, 후다닥 손이 재게 세르비아식 체리 케이크를 준비했다. 내 실력이 좋아서라기 보다는, 레시피가 무척 쉽다. 벚꽃을 영어로 cherry blossom이라고 하지 않은가. 같은 종은 아니겠지만 체리 또한 꽃이 지면, 5월부터 6월이 철이라고 한다. 호기심 반, 충동구매 반, 보통은 쳐다도 보지 않는 체리를 사서 도전해보았다, 문제는, 굽는 동안 이 레시피를 알려주신 세르비안 바바 할머니의 케이크와 내 케이크의 체리 상태가 좀 많이 다르다는 데에 있었다. 이건 순전히 내 오래된 오븐의 일관성 없는 온도 때문이지 않을까 싶은데... 가끔 30분 조리를 35분을 혹은 그 이상을 넘기는 융통성이 필요하다. 할머니의 케이크 상태와 비슷해 보일 즈음, 내 곱디고운 체리들은 흡사 건포도가 되어 있었다. 케이크가 익을 때까지 기다리다 보니 어쩔 수 없이 그리 되었다. 케이크 답지 않게 이번 비주얼은... 마음을 비우는 걸로 하자.
바바 할머니께서 재차 사람들이 설탕을 많이 먹는다고 하시길래, 그러려니 했는데, 케이크를 시식하고 나서 내 혀를 의심했다. 케이크가 안 달다니! 할머니의 의도된 결과물이 아닐까. 뭐 달지 않은 케이크가 세상의 종말도 아니고 무슨 호들갑이겠느냐마는, 달지 않아서, 한 조각 먹을 케이크를 두 조각 죄책감 없이 먹었다는 게그게다. 물리지 않아 포크질이 멈추질 않는다. 할머니께서 계절 과일만 바꿔서 구우라고 하셨는데, 종종 만들어도 좋겠다. 케이크는 생크림 케이크처럼 퐁신퐁신 가벼운 느낌보다는 파운드케이크처럼 묵직하다. 아니, 내 배처럼 묵직하다. 이제... 요가해야지...
Cover Photo by Nikola Cirkovic on Unsplas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