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바논

kebbeh

by 유녕
뒤끝 작렬 쟈니

아주 매력적인 눈빛으로 저를 쳐다보지요? 이 사랑스러운 고양이는 쟈니 Johnny라고 합니다. 한국에서부터 32시간 장거리 비행을 무사히 견디고, 캐나다에 정착한지는 저보다 4년이나 더 된 10년입니다. 쟈니는 길고양이 출신이라 말수는 없어요. 하지만 제가 끔찍하게 애정표현을 하면 '고마해라~' 표정으로 저의 등골을 서늘하게 합니다. 11년 우정에도 아직 넘지 못할 선이 있어요. 우리끼리 하는 말이지만, 가끔 공포 영화보다 쟈니가 더 무섭습니다, 저는. 하하. 혹시나 이름의 사연이 궁금하실 분을 위해 사족을 붙이자면... 제 배우자는 미국 컨트리음악의 대가인 Johnny Cash를 무척 좋아합니다. 이 가수는 항상 검은 정장을 입고 연주를 해요. 그 모습을 착안해 쟈니를 보자마자 배우자 왈, "Johnny!"


오늘 소개할 음식은 레바논 음식인 키베kibbeh입니다. 그리스인들도 키베를 먹는데, 역시나 국가별로 키베 소의 레시피는 차이가 있습니다. 저는 그리스 음식을 무척 좋아하지만, 이번엔 레바논 요리에 손을 들어줬어요. 키베에는 불갈bulgar을 이용해 피를 만듭니다. 불갈은 '쪘다 말린 밀의 가루로 만든 음식'(출처 네이버사전)입니다. 저도 이번에 처음 먹어보는데 식감이 참 재밌습니다. 과자를 씹는 것 같기도 하고, 스콘/비스킷을 먹는 느낌도 들고 말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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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베를 하나 만들면서 든 첫 느낌이 갑자기 기억나네요. '도를 아십니까?' 엉덩이 붙이고 앉아, 도 닦는 맴으로 성형합니다. 점성이 많지 않아서 사진처럼 모양을 만들기가 무척 어려웠어요. 아무래도 다음번에는 불갈을 집에서 더 작게 갉아서 써야 할 것 같아요. 키베를 만들기 전에 아마존에 키베 익스프레스라고 하는 모양틀을 보긴 했지만, 설마 하니 어렵겠어했는데, 네, 어렵고도 어렵습니다. 다음엔 문명의 도움을 좀 받는 걸로 할게요.


소는 감자와 약간의 향신료가 들어갑니다. 하지만, 첫 입부터, 끝마무리까지 큐민 맛이 다입니다. 전 큐민을 무척 좋아하지만, 이 향을 싫어하면 레바논식 키베보다는 그리스식 키베를 추천합니다. 으깬 감자가 소로 들어가 찰기가 있어 나름 이 부분도 먹는 재미가 있네요. 전 가끔 해 먹을 거예요. 이래야 키베 모양틀을 사는 명분이 생기지요. ㅋㅋㅋㅋ 만 냥인데 지릅시다, 까이꺼.


Cover Photo by Christelle Hayek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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