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코

Smažený sýr

by 유녕

오랜만에 여행해본 국가의 음식이 등장했다. 사연이 있는 음식일수록 더욱 반갑지 않은가. 내가 체코에 도착한 것은 해가 저문 이후였다. 게스트 하우스에 짐을 던져놓고, 식당 문이 닫히기 전에 서둘러 발길을 옮겼다. 무작정 골목길로 빠져, 시끌벅적한 양조장 겸 바인 곳에 들어가 메뉴판을 펼치니... 역시 먹을 음식이 별로 없었다. 구운 채소와 빵가루를 묻힌 튀긴 치즈가 있길래, '오늘은 맥주가 메인이다!' 하는 마음으로 수제 맥주와 앞의 두 음식을 시켰다. 여행객이 많아 영어가 듬성듬성 들려 음식을 기다리면서 귀동냥도 하고, 먼저 가져다준 맥주 몇 모금에 이미 기분이 붕 떠있더랬다.


시장기가 있던 터라, 반주로 식욕도 돋은 후라, 갓 구운 채소는 마파람에 게눈 감추듯 음미하기도 전에 접시를 비웠다. 다음 이 튀긴 치즈가 내게 왔을 때는 외관상 딱히 구미가 당기진 않았지만 에멘탈 치즈답게 쫀득쫀득 씹히는 식감이 좋고, 일단 맥주와 궁합이 맞으니 (단순한 나는) 또다시 세상이 갑자기 '내 것' 같고, '초행길의 체코가 나를 반겨주는구나!' 하면서, 'One more, please.' 그 후로도 여행 내내 '예쁜' 도시에 마음을 홀랑 뺏겨버렸다. 물론, 내가 좋아하는 종의 와인이 저렴해 1.7리터를 하루 건너 매일 바뀌는 나그네들과 나발을 불었...


사실, 치즈 스틱이라고 해도 무방하지만, 버젓이 체코 음식이라고 레시피가 즐비하니 나로서는 좋은 핑곗거리가 아닐 수 없다. 체코의 수프는 다음 기회에, 날이 선선해지면 만들어 보기로 한다. 그나저나 난 이 친구의 이름을 부를 수가 없다. 왜냐하면... Smažený sý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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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들기는 무척 쉽다. 혹시 집에서 해보고 싶은 분들을 위해, 짧게 설명하자면, 치즈에 밀가루를 묻히고, 다음 계란물을 묻히고, 마지막으로 빵가루를 묻힌다. 그리고 계란물과 빵가루를 한 번 더 입혀서 3분 정도 튀기면 완료. 을매나 쉬운가. 나는 빵가루 대신 옥수수 가루를 써봤다. 그랬더니 콘칩의 맛도 나니 뜻밖의 이득이었다. 치즈는 에멘탈 치즈가 아니더라도, 고다, 체다, 모짜렐라 등 냉장고에 있는 걸 쓰면 된다. 난 오랜만에 모짜렐라를 사서 써봤다. 그냥 먹어도 맛있고, 케첩과 함께 해도 맛있고, 역시 튀김은 진리다. 이 날 무알콜 맥주와 먹었는데, 알딸딸한 건 기분 탓이겠지. 왜 무알콜 맥주를 마시냐고 묻는다면... 알코올 도수가 올라갈수록 가격이 비싸지는 국가에 살고 있...기에. 후훗. 사실 맥주를 마시면 주전부리하는 나의 버릇을 고치려고 한 자구책이다. 알코올은 저혈당을 일으키므로 우리가 안주를 찾는 결과를 만든다. 의지가 약한 본인은 평생 무알콜과 함께. 이만 먹은 거 태우러 총총.


Cover Photo by Kevin Andre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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