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ghrir
분명 레몬그래스를 사러 들렀지만, 내가 얻은 것은 한천인, 금요일이다. 말레이시아 음식을 하려고 했건만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허탕치고 엄한 타피오카 가루와 한천, 차나 달, 옥수수 가루를 사 왔다. 계산대에 줄을 서면서 필리핀인들이 각기 쥔 과일이 궁금해서 물어봤더니, 역시나 칼라만시! 지금까지 여기서 파는지 몰랐는데, 덕분에 다음 레몬그래스를 사러 가는 길엔 칼라만시와 함께 귀가할 예정이다. 우헤헤.
왜 한천에 호들갑이냐 하겠지만, 젤리를 만드는 데에 보통 식물성인 한천보다는 동물의 뼈에서 얻은 젤라틴을 쓴다. 그렇다 보니 베지테리언이 되고 나선 (그 맛있는) 젤리를 포기하고 살기 일쑤다. 우리의 기억 속엔 모두 젤리포 하나씩 끼어있지 않는가. 하하. 말이 나온 김에, 망고 펄프를 사서 망고 젤리를 도전해보리라.
오늘 소개할 국가는 오랜만에 다시 찾은 아프리카 대륙, 모로코이다. 사실, 모로코 음식으로 대표적인 타진을 이전에 해 먹었다. 일화에 생략되었다는 것은, 소개할 만큼 음식이 맛이 없어서다. 타진 음식보다는 타진 솥을 소유하고 싶은 마음이 사실... 더 크다. 나는 미니멀리스트는 아니지만, 물건을 볼 때, 수납할 공간을 먼저 떠올린다. 그래서 이 생에서는 패쓰.
이번 모로코 음식은 금주 벌써 두 번이나 해 먹은 바그히릴baghrir이다. 발음을 알아보기 위해 알아보니, 수 천 개의 구녕이 있는 크레이프라는 뜻이라고 한다. 우리가 알고 있는 크레이프와는 맛이 무척 다르고, 차라리 발효된 빵에 가찹다. 잉글리시 머핀(barm cake)의 맛이되 한 100배 정도 촉촉하다. 바그히릴은 버터나 달걀, 기름이 필요하지 않다. 비건들이 반길 음식이다. 재료는 세몰리나와 밀가루, 드라이 이스트, 소금, 베이킹파우더, 식초, 물인데, 여기서 재밌는 게, 이스트를 넣음에도 발효시간을 전혀 주지 않는다. 즉, 섞어서 바로 달군 팬에 심지어 기름도 두르지 않고 굽는다.
맛은 잉글리시 머핀이라고 했지만, 바그히릴이 훨씬 풍미가 좋다. 모로코인들은 버터와 꿀을 발라 먹는다고 하는데, 난 마가린을 발라 아침마다 먹고 있다. 가끔은 샌드위치를 이 빵을 이용해 토르티야 처럼 돌돌 말아 먹는다. 나처럼 쫀득한 식감을 즐기는 분들이라면 바그히릴을 꼭 지나치지 말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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