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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녕 Dec 26. 2021

메뤼 크뤼스마스

축제의 마지막은 터키와 모로코와 함께

야글라마스

어제 오후부터였던가요? 성탄일의 점심 식단을 잘못 짠 것 같아서 반은 '망했구나.'싶었습니다. 원래는 이미 한 번 해보고, 맛을 보증받은, 위험 부담이 없는 음식을 선정하는데, 이번에는 그 점을 망각한 것이지요. 하하하. 하지만, 이미 점심을 먹은 지금 엊그제의 선택이 최선이었다는 걸 알게 되었어요. 앞으로도 종종 해 먹어야 하는 음식이 되는 순간을 맞았거든요. 맛있습니다. 오늘 제가 방문할 국가 2곳 중 하나는 터키였습니다. 이름도 크리스마스와 라임이 맞는 야글라마스 yaglamas인데요 크레페처럼 겹겹이 얇게 부친 빵 사이에 소스를 얹고 사진에서 처럼 잘라서 요그루트와 곁들여 먹습니다. 정말 재밌게도 크레페를 먹는 방법처럼 포크로 돌돌 말아서 먹기도 하던데, 멋없는 저는 그냥 먹었어요. 심지어 저는 빵을 만드는 과정을 생략하고 집에 있는 브리토 브레드를 써서 시간을 절약했습니다. 한 입을 먹은 배우자의 첫 말은 '오, 퀘사디아 같다.'였더랬습니다. 멕시코 음식이 멕시코 음식임을 알려주는 향신료는 뭘까요? 예, 바로 큐민에 있습니다. 야글라마스에는 기껏 들어가는 향신료가 큐민이기에 아무래도 그런 인상을 받은 것 같습니다. 저에게는 어땠냐고요? 우리 그런 경험 있지 않나요? 타국의 여행지에서 기대 없이 들어갔다가 정말 맛있는 음식을 만났을 때 눈 녹듯 마음의 경계가 풀리고, 세상이 '따뜻함'으로 필터링될 때 말이지요? 그렇게 야글라마스가 저에게 왔습니다. 굳이 점수를 주자면 십 점 만점에 이 만점이랄까요. 샵수카에 이어 정말 감동의 나라, 터키입니다. 


두둥. 저녁 대령이오~ 마지막 저의 크리스마스 일정은 모로코에서 끝납니다. 이거슨 모로코의 렌틸 수프입니다. 콩은 참 신기하게도 고기가 없어도 고기를 먹는 착각을 일으켜주는 체험을 시켜줍니다. 특히나 오늘 요리한 이 수프는 맛보기로 한 입 떠먹었을 때 제 혀를 의심했던 맛이었어요. 닭 육수 같은 느낌이라 깜짝 놀랐거든요. 수프에 올리브를 넣는 것도 처음이었는데 썩 나쁘지 않은데요? 전 사실 그린 올리브보다는 블랙 올리브를 더 좋아하거든요. 다음번엔 블랙 올리브를 넣어서 먹어봐도 좋을 것 같아요. 저 할로피뇨는 무서워서 차마 제가 먹진 않았습니다. 전체적으로 점심에 한 터키 요리와 많이 겹치는 조미료나 재료에 새삼 인종이나 지역이 큰 의미가 없다는 생각도 해보고요, 이렇게 저녁 식사를 마친 저는 어제 완성된 막걸리를 마시며 성탄일의 밤을 보내렵니다. 내일부터 지난 나흘간 같았던 휴식은 일장춘몽 같겠네요. 잘 가요, 내 휴일들... 내년에 만자나 12월 25일... 그 때는 코로나는 좀 꺼..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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