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만나요
한 주간의 기말고사가 드디어 끝났다. 시험이 끝나면 낮잠을 자려고 했는데, 낮잠이 간절했는데, 말이 무섭게 코로나 덕에 변경된 실습 일정에 급하게 열린 모임에 참석해야 했다. 애초에 내 실습일은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한 주는 오전 7시에, 한 주는 오후 2시 반에 시작되는 것이었다. 하지만 학우가 사정이 있어 나의 실습 일과 바꿨다. 그리하여 나는 월요일부터 수요일 12시간씩 근무하면 된다. 12시간이라... 3년 전 한 번 12시간을 일해 본 거 같은데... 첫 학기는 어르신학을 배웠기에 이와 맞물리는 요양병원으로 실습이 예정되어 있다. 거기에 보너스로 제발 아니길 바랬던 강사가 내가 있는 조의 담당이라... 휴... 마음 편히 실습은 못 하겠구나 싶다. 인생은 어차피 불공평하니까 괜찬ㅎ... 휴...
학생 입장에서는 마음껏 쉬어라 하면서 휴일 다음에 시험이 있는 경우가 제일 불편할 거다. 평소에도 좀 빡센 수업들이었는데 그 2주를 마음 편히 쉬게 하지 않는 독한 학교... '쉬는 건 취업하고 나서'라고 생각하는 듯싶다. 다음 휴일은 3월 초에 4일 정도 있는 것 같은데, 2월부터 시작되는 학기의 시간표를 보니 '죽지 않을 만큼만 공부'하라는 듯 배려가 보이지 않는다. 화요일은 수업이 보이지 않으나 오늘 모임에서 못을 박아주었다. 다른 일정을 잡지 말라는 엄포와 함께. 부진한 학생들을 위해 일부러 화요일 수업을 비워놓았다니, 2학기는 얼마나 굴리려나 싶다.
이학 학기는 신선하게 배우는 과목이 몇 있다. 난 아직 한 번도 약리학이나 영양학을 배운 적이 없다. 제일 기대가 없는 과목은 인체 해부학과 병태생리학을 합쳐놓은 과목이다. 이미 공부했던 과목이라 산뜻함보다는 지루함이 크다. 하지만 타대학의 성적을 인정해주지 않는 학칙상 '닥치고 수강'이다. Pre-Clinical은 실습에 필요한 이론을 배우는 시간인데, advanced(고급)가 들어가 있으니 배우는 기술이 한층 높아질 전망이다. antecubital로 정맥혈을 뽑는 걸 실습한다고 들었는데, 실습에 피실험자로 도움을 주러 갔다가 멍이 들고는 깨달았다. 난 손을 떨지 말아야지. 혈관에 꽂혀 있는 주삿바늘 덕에 피를 뽑은 사람이 긴장이 되어 손을 떨면 그 진동이 혈관을 타고 그대로 나에게는 고통이 된다. 으윽.
눈치를 챘겠지만 antecubital은 한국어로 모른다. 앞으로도 종종 영어만 쓰여있을 예정이다. 한국에서 간호학을 배우면 영어와 한국어를 배울 텐데, 난 애초에 영어로 해부학을 배워놔서 이런 불편한 점이 있다. 가끔 한국에 있는 친구에게 설명을 할 때도 용어를 알면 짧아질 말이 묘사를 하느라 장황할 때가 있다. 가끔은 사전에 있는 (한자가 덕지덕지 붙은) 의학용어가 감이 안 와 오히려 그리스어나 라틴어의 어원을 찾는 게 이해에 수월한 게 현실이다. 한국에서 간호학을 공부하는 그대들이여, 엄지 척.
과연 이번 학기에 가장 재미있을 과목은? 빙고. health assessment이다. 손으로 눈으로 귀로 몸을 촉진하는 수업이다. 타대학에서 가장 스트레스를 심하게 받았던 과목인데, 그만큼 공부를 한 덕에 아직도 기억에 생생하다. 심장이나 폐, 복부는 참 재밌었는데, 외워야 할 게 많았던 눈이 제일 귀찮았다. 지금 생각해도 귀찮다. 이제부터 documentation을 동시에 배우기에 이번 실습을 마지막으로 더 귀찮을 전망이다. 가끔, 아주 많이 가끔, 대학에 온 건지, 군대에 온 건지 구분이 안 될 때가 많다. 이러던 중, 2022년 달력을 우연히 보다가, 내년이 2023년일 걸 뒤늦게 알아챘다. 일 년만 버텨보자. 졸업이 다가온다, 유녕. 우하하하하하하핳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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