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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녕 Jan 15. 2022

기말고사 끝

또 만나요

한 주간의 기말고사가 드디어 끝났다. 시험이 끝나면 낮잠을 자려고 했는데, 낮잠이 간절했는데, 말이 무섭게 코로나 덕에 변경된 실습 일정에 급하게 열린 모임에 참석해야 했다. 애초에 내 실습일은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한 주는 오전 7시에, 한 주는 오후 2시 반에 시작되는 것이었다. 하지만 학우가 사정이 있어 나의 실습 일과 바꿨다. 그리하여 나는 월요일부터 수요일 12시간씩 근무하면 된다. 12시간이라... 3년 전 한 번 12시간을 일해 본 거 같은데... 첫 학기는 어르신학을 배웠기에 이와 맞물리는 요양병원으로 실습이 예정되어 있다. 거기에 보너스로 제발 아니길 바랬던 강사가 내가 있는 조의 담당이라... 휴... 마음 편히 실습은 못 하겠구나 싶다. 인생은 어차피 불공평하니까 괜찬ㅎ... 휴...


학생 입장에서는 마음껏 쉬어라 하면서 휴일 다음에 시험이 있는 경우가 제일 불편할 거다. 평소에도 좀 빡센 수업들이었는데 그 2주를 마음 편히 쉬게 하지 않는 독한 학교... '쉬는 건 취업하고 나서'라고 생각하는 듯싶다. 다음 휴일은 3월 초에 4일 정도 있는 것 같은데, 2월부터 시작되는 학기의 시간표를 보니 '죽지 않을 만큼만 공부'하라는 듯 배려가 보이지 않는다. 화요일은 수업이 보이지 않으나 오늘 모임에서 못을 박아주었다. 다른 일정을 잡지 말라는 엄포와 함께. 부진한 학생들을 위해 일부러 화요일 수업을 비워놓았다니, 2학기는 얼마나 굴리려나 싶다. 


날 잡아 잡수

이학 학기는 신선하게 배우는 과목이 몇 있다. 난 아직 한 번도 약리학이나 영양학을 배운 적이 없다. 제일 기대가 없는 과목은 인체 해부학과 병태생리학을 합쳐놓은 과목이다. 이미 공부했던 과목이라 산뜻함보다는 지루함이 크다. 하지만 타대학의 성적을 인정해주지 않는 학칙상 '닥치고 수강'이다. Pre-Clinical은 실습에 필요한 이론을 배우는 시간인데, advanced(고급)가 들어가 있으니 배우는 기술이 한층 높아질 전망이다. antecubital로 정맥혈을 뽑는 걸 실습한다고 들었는데, 실습에 피실험자로 도움을 주러 갔다가 멍이 들고는 깨달았다. 난 손을 떨지 말아야지. 혈관에 꽂혀 있는 주삿바늘 덕에 피를 뽑은 사람이 긴장이 되어 손을 떨면 그 진동이 혈관을 타고 그대로 나에게는 고통이 된다. 으윽. 


눈치를 챘겠지만 antecubital은 한국어로 모른다. 앞으로도 종종 영어만 쓰여있을 예정이다. 한국에서 간호학을 배우면 영어와 한국어를 배울 텐데, 난 애초에 영어로 해부학을 배워놔서 이런 불편한 점이 있다. 가끔 한국에 있는 친구에게 설명을 할 때도 용어를 알면 짧아질 말이 묘사를 하느라 장황할 때가 있다. 가끔은 사전에 있는 (한자가 덕지덕지 붙은) 의학용어가 감이 안 와 오히려 그리스어나 라틴어의 어원을 찾는 게 이해에 수월한 게 현실이다. 한국에서 간호학을 공부하는 그대들이여, 엄지 척.


과연 이번 학기에 가장 재미있을 과목은? 빙고. health assessment이다. 손으로 눈으로 귀로 몸을 촉진하는 수업이다. 타대학에서 가장 스트레스를 심하게 받았던 과목인데, 그만큼 공부를 한 덕에 아직도 기억에 생생하다. 심장이나 폐, 복부는 참 재밌었는데, 외워야 할 게 많았던 눈이 제일 귀찮았다. 지금 생각해도 귀찮다. 이제부터 documentation을 동시에 배우기에 이번 실습을 마지막으로 더 귀찮을 전망이다. 가끔, 아주 많이 가끔, 대학에 온 건지, 군대에 온 건지 구분이 안 될 때가 많다. 이러던 중, 2022년 달력을 우연히 보다가, 내년이 2023년일 걸 뒤늦게 알아챘다. 일 년만 버텨보자. 졸업이 다가온다, 유녕. 우하하하하하하핳ㅎ 


Cover Photo by Jeffrey Blum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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