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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녕 Feb 01. 2022

1학기를 마치며

실습은 덤

2주간 잡힌 실습이 오미크론 덕에 연기가 되어 어쩌다 보니 2주를 집에서 쉬며 공부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모든 모둠의 실습이 취소된 것은 아니었고요, 세 모둠의 실습만 취소된 상태입니다. 두 모둠은 한 주 늦게 실습을 시작해 2학기가 시작되는 이번 주 한 주도 실습을 할 예정이라고 하네요. 그 말인즉슨, 이번 학기 중, 언제라도 강사와 시간을 맞춰 실습을 나가게 되는 운명이라는 걸 의미합니다. 까라면 까야지요.


사실 지난 주말 동안 저는 shediac에 위치한 요양 병원에서 17시간 15분의 실습을 하고 왔습니다. 현재 해당 요양 병원의 의료 인력이 부족하거니와 코로나 환자가 거의 다수여서 비상사태라 간호사협회에서 인근의 도에 SOS를 보낸 상태입니다. 제가 다니는 학교에서도 못한 실습 시간을 채울 수 있는 기회라며 격려하는 분위기였고요. 보통 병원 실습은 저와 같은 수습생에게는 배우는 기회라 실습 비용을 내야 하는 게 맞습니다만, 실습 시간을 제해주는 것과 동시에 심지어 노동에 대한 보상이 있을 것이라는 말에... 30초 고민 끝에 신청을 하게 되었지요. 


지금은 쉬는 시간 하악하악

실습 첫날은, 각지에서 온 RN과 LPN, 영양사, 그리고 저와 같은 학생이 있었습니다. 당연히 저는 LPN과 팀을 이뤄 코로나 감염 환우들이 있는 병동에 배치가 되었습니다. 제가 있는 D병동은 모든 환우들이 움직이지 못하는 상태여서 첫 번째 할 일은 기계를 이용해 환우분들을 들어 한 분, 한 분, 휠체어에 앉혀 아침 식사를 드실 준비를 시켜드리는 것이었습니다. 환우분들이 20분 정도 되셨는데, 거의 끝날 무렵에는 식판을 날라 이번에는 식사를 먹여드려야 했지요. 일이 수월했을 것입니다. 환우분의 방을 들어갈 때, 나갈 때 PPE들을 입고 벗고를 하지 않았더라면요. 일회용 가운과 장갑, N95 마스크, 그리고 페이스 쉴드를 수없이 입고 벗었던 것 같은데요, 더운 건 그렇다 쳐도, 탈착용 자체가 에너지 소모가 크다는 걸 깨닫는 순간이었지요. 과학자 분들께서 부디 입으면 자동 세척이 되는 나노항균/항바이러스 만능 가운을 만들어 주시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수없이 쌓이는 PPE 쓰레기통을 보면서 말이지요.

 

환우분들의 식사가 끝나면, 이제 저의 쉬는 시간이지요. 저는 금요일 밤 내내 잠을 설쳐 제대로 자지 못 하고 출근을 한 터라, 입맛도 없고 해서 환우분들과 담소를 나눴습니다. Shediac 지역의 특성상 영어보다는 불어라... 더군다나 환우분들 평균 연세가 70시 넘으시기에... 저는 귀머거리 수준이었지요. 처음으로 불어를 게을리 공부한 제가 참... 안타깝더라고요. 스무 분 중에 두 분은 그래도 영어를 하셔서, 동무가 돼드릴 수 있어서 무척 기뻤고요. 콜벨이 눌려도 의사소통이 안 되는 상황이 저에겐 많아서 아무래도 불어를... 공부를... 다시... 해야 할 것 같기도 하고요... 영어 자체도 공부는 끝이 없다고 생각하는데, 여기에 불어라니요. 졸업하면 까이꺼 다시 해보지요 뭐. 같이 하실래요? 하하.


눈이 많이 왔지요? 현재 집 앞 풍경입니다. 눈... 말이 나와서 말인데요. 사실 토요일 실습 후 집에 올 수 없었습니다. 고속도로를 타고 15분이면 도착하는 거리인데 폭설과 눈보라 덕에 시야 확보가 되지 않아 근처 호텔에서 투숙을 해야 하는 신세가 되었습니다. 다행히 같이 팀을 이룬 간호사 친구 덕에 그 친구가 묵는 호텔에 방을 하나 잡아 편히 쉴 수 있었습니다. 대신 이럴 줄 예측하지 못해... 속옷과 스크럽은 욕실에서 손빨래하고 헤어 드리이어로 말려야 했지만 그래도 킹사이즈 침대에서 뻗어 자니 무척 좋더라고요. 제일 걱정이었던 것이 컨택트 렌즈인데요, 세척은 못 했지만 임기응변으로 위기를 모면했습니다. 


도우러 왔다가 당한 재난 상태라 간호사 협회에서 호텔 비용과 식사 비용을 대준다고 하여 학생인 저에게는 그나마 한 숨 돌릴 수 있었고요. 엎어지면 코 닿을 곳에 편의점이 있어 컨택트 렌즈 솔루션을 사려고 눈보라에 싸대기를 맞으며 길인지 도로인지 분별이 안 가는 길을 가다가 주변 모든 상점이 닫혀 있는 것을 보고 잰걸음에 돌아와야 했습니다. 다음 날 들은 것인데, 전기가 나갔다고 하더라고요. 어쩔 수 없는 것이지요 뭐. 호텔 내에 간단히 요식 할 음식이 팔아, 에그 샐러드 샌드위치와 시저 샐러드를 사서 흡입했습니다. 무알콜 맥주와 함께 말이지요. 캬~ 이때부터 졸음이 쏟아지기 시작합니다. 안돼애애애애애애애!


호텔이 아무리 좋아도, 오랜만의 육체노동이라 5시부터 눈이 감기기 시작했어요. Oh, no. 5시에 자면 분명 12시에 일어나 말똥말똥할 걸 알기에 8시까지는 버텨보자 하면서 의미 없는 폰질을 시작했습니다. 드디어 8시가 되었을 때는 침대로 뛰어들어가 꿀잠을 잤습니다. 중간중간 출근에 늦었나 하면서 깨긴 했지만요. 일요일 하루 든든하게 버틸 만큼 숙면이었습니다. 


일요일은 토요일과 하는 일이 같았습니다. 토요일은 LPN 두 명과 제가 팀이었다면 일요일은 저와 LPN 둘이서 환우분들을 맡아야 했기에 어제 보고 배운 것을 토대로 일당백을 해보자는 마음으로 열중했던 것 같습니다. 간호사 일의 특성상 환우분들을 이동시키는 일이 많기에 애초에 몸에 무리가 가지 않게 사람을 안전하게 효율적으로 옮기는 걸 학기가 시작되자 마자 배웠기에 한결 수월했습니다. 물론, 같이 있던 LPN 친구의 지도가 많은 도움이 되기도 했고요. 지금까지 만난 간호사분들 대부분이 천사라면 믿으실까요? 


일요일은 무사히 돌아와 집에서 쉴 수 있었습니다. 집에 와서 3시간은 멍 때리며 넷플릭스를 응시했고요. 이렇게 어제까지 1학기의 과정이 끝나게 되었습니다. 월요일은 수업이 취소가 된 상태고요, 수요일부터 영양학 수업을 시작으로 2학기가 드디어 시작됩니다. 한 학기를 버텼다는 뿌듯함에 기분이 무척 좋고요. 그럼, 2학기 같이 달려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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